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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된 나날들의 포도당, 생활을 연명시켜 주는 링거의 주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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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을 함께 부여한다.
그러나, 내 경우 두려움보다는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곳을 여행했다는
뿌듯함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이어서 곧잘 속절없이 배낭하나
달랑 메고 떠나기가 일쑤다.
이번 여행도 비슷한 경우로 반복되는 빠듯한 일생에 서 의 도피쯤으로
느닷없이 결정을 해버렸다.
게다가 이유 같지 않는 이유하나를 더 대자면 하필 지금이 여행하기
좋은날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억지겠지만 여행을 해야만 한다고
부추기는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행이란 언제나 생각과 계획과는 어긋나는 수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래는 세 사람이 떠나기로 되어있었는데 한 사람이
집안 사정으로 말미암아 빠지는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우리 두 사람은 마지막 차를 탈 요량으로 4일 늦은 밤에 만나 떠나기로 했다.
기차표는 벌써 동이나 버렸고 할 수 없이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표를 끊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1시간쯤 줄을 서서 겨우 새벽 2시 45분대의 표를 끊을 수 있었고
그나마 광주를 제외한 다른 모든 표는 매진된 상황이라 그 시간에 표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뜻하지 않은 몇 번의 행운을 더 만나게 된다.
버스표에 인쇄된 시간은 새벽 2시 45분. 10시 30분쯤
만나 1시간을 지체해서 표를 끊고 보니 시계의 바늘은
11시 40분을 조금 지나온 시각이었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무슨일을 하던지 어디에서든지 보내야만 한다.
우선 허기를 느낀 이유로 식당을 찾은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내 주장에 따라 한식집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몇 사람의 손님 그 속에 섞여 우리도 식사를 하며
보성에 대해 대화의 장을 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든다.
목적지가 어디냐고 말문을 여신 아저씨는 보성은 차 없이 가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녹차밭 빼고는 볼것이 없다, 아저씨 집은 담양인데
광주에서 담양은 얼마 걸리지 않고 담양에도 볼것이 좀 있다는 등의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술술 꺼내신다.
처음부터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까닭에 불편한 것이야 각오를 한 터
이고 여행에 관한 한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거의 환장하는 수준인지라
사실 불편함 따윈 상관이 없었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식당할머니가 한마디 거드신다.
"젊을 때 좋은구경 많이들 하시우, 이것 저것 많이 보는게 나이들면
재산이라우"
이렇게 담양 아저씨와의 조우는 우리에게 행운의 시작이었다.
버스 출발시간을 기다리면서 담양아저씨와 이런저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우린 아저씨의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하루는 담양을 그 다음날은 보성을 가기로 여정을 바꾼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담양의 대나무 숲이나 양산보가 지었다는 소쇄원에
가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교통편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누군가 그럴 것이다. 이 삭막한 세상에 여자 둘이 그것도 처음 보는
아저씨를 쫓아가다니.. 겁도 없나? 요즘 같은 세상에... 큰일나면
어쩌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런 일 따윈 없었고
아직은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 결과적으로 우린 행복
한 여행을 했고 그것이면 된 것 아닐까..?
그리하여 우리는 또 한 번 운이 좋게도 버스시간보다 1시간이 빠른
시각에 고속버스를 탈수 있었다. 시간에는 관계없이 사람이 없으면
같은 회사의 고속버스에 탈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담양아저씨와 친구, 나는 드디어 버스에 몸을 싣고 척박한 서울을
떠나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과 녹차의 푸르름이 기다리는 보성을 향해 달려갔다.
심야버스였지만 연휴라서 차는 의외로 밀렸다.
1시간을 빨리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에는 7시 30이
지나서야 떨어졌다. 바로 아저씨의 집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아저씨의 정체(?)를 알수 있었다.
아저씨 댁에 바로 옆에 있는 교회가 바로 힌트였는데,
담양아저씨는 목사님이셨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우리는 좀 민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너무 뻔뻔스러운 것이 아닌지 계속 서로의 얼굴을 보며 쓰디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겠지... 아고고...)
목사님의 배려로 우린 예정대로 관광을 시작했다. 나와 친구,
목사님이 가이드로 딸려준 두 청년, 목사님의 아들인 주형(넘 귀여운 녀석..^^)
이 이렇게 다섯 명이 봉고차를 타고 인사드린후 먼저 바로옆에 위치한 송강정을 들렸다.
송강정은 송강 정철이 잠시동안 지냈다는 아담한 정자이다.
특별한 볼거리 보다는 이곳을 살리자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서
우리도 이름을 적어넣었다.
바로앞에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하는데 [우회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우회해서
다니게 만들라] 는 프렛카드가 눈에 띤다. 정말 송강정을 우회하는 고속도로
가 생길지 아닐지는 두고 볼일이다.
차를 타고 다음으로 간곳은 아주 엄숙한 곳으로 바로 5·18광주 민주 항쟁이
이루어진 그곳이다.
나로선 언론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했지 직접 이 엄청난 비극의
현장인 이곳에 오기는 처음이다.
5·18이 곧 다가오고 있고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같다. 우선 망월동 공동묘지로 차를 돌렸다.
이른 아침인지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많은 묘지들이 정돈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그 광경이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토록 낳은 묘지는
생견 처음 본다. 묘지마다 쇼케이스속에 꽃이 담겨져 있고 영정사진도 함께
있으며 또 다른 투명 쇼케이스속에는 항쟁의 기록을 적어놓는 종이들이
퇴색되어 보관되어져 있다.
흐릿한 글씨여서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5·18 항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
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가이드로 온 남자 한명이 설명을 곁들어준다.
지금은 그때 항쟁으로 사망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묘지가 함께 섞여있다고
한다.
민주항쟁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묘지의 일부는 다른곳으로 옮겨갔다고 하는데
그래서 원래 취지와는 많이 훼손됐다고 한다.
사실 묘지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가 이 땅에 뿌려졌는지 너무나 기가 막힌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가..?
이내 분위기는 숙연해 졌다. 그곳을 나오며 누군가 말했다.
"밤에 이곳을 오면 무덤앞에 있는 쇼케이스가 달빛을 닫아 반짝거지요."
그냥 달빛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인지 혹 그들의 영혼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
그 날의 진실에 대해 울부짖는 무언의 표시가 아니련지.... 혼자 사고해본다.
이어서 간곳은 5 18민주항쟁의 추모탑이 있는 공원이다.
추모탑에서 잠시 참배를 하고 죽 한번 둘러본후 간곳은 지하에 있는
전시실이다.
영상자료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사진자료가 역시 진열되어 있다.
먼저 한숨 한번 쉬어주고... 사진 자료를 보고 말을 잃었다. 이 나라에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맞는 것인지 눈을 의심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처참하고 잔인한 모습들이란..... 눈을 뜨고 볼수가 없을 정도다.
무고하고 순진하기만한 많은 시민들이 죽어갔다.
청년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나이가 지긋하신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4세배기 아기, 심지어 임산부까지 잔인하고 악랄하게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슬프디 슬픈 역사.......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런 일이 이 나라에서
자행됐다는걸 알기는 할까? 그들의 피를 땅속에 묻고 일어선 지금의
민주주의는 과연 제대로 된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
5·18 사진 전시실 입구에 크게 써있는 문구다.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그 날의 진실....
용서를 빌 사람은 하루속히 그 모든 이들에게 속죄를 해야 한다.
아직도 그렇게 죽어간 사람의 가족들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떠난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어쩌면 더 아플 것이니....
공원을 빠져 나오고 한참을 지나도 찹찹하고 허허한 마음이 가시질 않고 한쪽
가슴이 아려왔다. 침묵을 고수하며 우리는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돌렸다.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찾은곳은 좀 색다른 곳이다.
광주에서 딸기가 유명한 줄은 몰랐더랬다. 목사님댁에서 마신 딸기
샤베트의 달콤함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데다 딸기밭을 가게 될줄이야...
일행중 한 사람이 집에서 딸기 밭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딸기밭을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행운 중 하나! 이런 자리가 어디 흔하겠는가?
내친 김에 수박이 있는 비닐하우스까지 갔는데 농사짓는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수박을 재배하는 양 사이드의 중심으로 처음부터 주욱 끝까지 걸었다.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고 농사짓는 것 또한 그러하다. 수박 한덩어리가
잘되게 하기 위해 쏟는 정성이 가히 표창 감이다.
이곳을 빌어 다시 한번 농사를 짓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찜질방을 방불케하는 비닐하우스를 나오니 새삼 바깥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저멀리 추월산 주위에 송화가루가 흩날린다. 녹색의 가루가 하늘을
둥둥 떠나는데 그 모습이 기묘하기 짝이 없다.
차를 타고 드디어 소쇄원으로 향했다. 가는길에 대나무로 만든 엄청나게
큰 장구 모양의 조형물이 눈에 띤다. 소쇄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있었다.
생각처럼 아담하고 정갈한 모습이 맘에 들었는데 꽃은 만발하고
옆에 있는 대나무 숲도 더할 나위 없다. 누워서 눈을 감으면 꿈이라고
꿀듯하다.
많은 곳을 다녀야 하는 관계로 식영정은 생략... 다음코스로 향했다.
식당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도 낯짝이 있지 점심이라도
사줘야 할 것 아닌가?
의향을 물으니 설렁탕집을 얘기하여 시장내로 들어가니 원조설렁탕
집이라는 곳이 나온다. 정말 원조가 맞긴 맞는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끝이 없다.
나는 사실 설렁탕 맛이라는 거 잘 모르겠지만 다들 맛있다고 하니
사람 많은 이유가 따로 있지 않다.
명옥 헌원림과 죽물 박물관이 다음으로 갈 곳이다.
헌원림에 들러 사진을 찍고 금방 나오려고 하는데 우는 여자 아이가 있어
달래주며 사진을 찍어주니 울음을 그친다.
덕분에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어 달라고 성화다.
녀석들 사진찍는게 재밌는 모양인 듯 표정이 자연스럽고 천진하기 그지없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보성에 가려면 서둘러야 하므로...
목사님과 사모님이 아직 취침중이라 인사를 드릴수 없는 노릇이어서
할수 없이 주형이에게만 인사를 하고 발을 돌렸다.
이른아침, 날씨는 화창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몇번의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먼저 담양에서 광주시내에 있는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40여분 소요. 터미널에서 보성 가는 버스를 다시 갈아타야 한다.
보성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남짓. 그렇게 달려서 보성 도착.
버스를 내리는데 친구가 한마디한다. "보성까지 오는길 참 좋던데.."
이론... 곪아떨어져버려 그 좋은 경치를 놓치다니... 돌아오는 길엔
눈을 부릎 뜨고서라도 꼭 죄다 봐주리라...
5월 한달은 보성의 성수기시즌이다. 따라서 관광객들이 가장 넘쳐나는
달이지 싶은데 그래서인지 이름아침이지만 다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자, 보성이다. 왠지 공기가 남다른 듯 느껴진다. 기분일까?
코끝에 푸르름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 기분 진짜 최고....
그러나, 다시 대한다원까지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를 또...
차가 없으니 이점이 불편하지만 괜찮다. 그만큼 가치가 있으니까...
게다가 시골의 아담하고 자그마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
또한 색다른 느낌이 있다. 앉아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어디 가느냐고
말을 건네신다.
차밭에 간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며 어디서 왔느냐며 또 여러
가지를 물으신다. "고등학생인가? 중학생?" 이 질문에 친구와 나는
까르르 웃어버렸다. 아무리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고등학생이라니...
그래도 그렇게나 어려 보인다니 기분은 좋다.
이 나이에 또 어디서, 누군가에게 고등학생이라고 들을 것인가?
할아버지를 포함 우리는 바로 버스에 오를수 있었다. 도민들 몇
사람에 우리 같은 관광객 몇 사람이 같은 버스를 탔다.
열어논 창문으로 상큼하고 시원스런 바람이 불어오고 신나는
기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차창 밖의 풍경 또한 다채로운 초록의
물결들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대한다원까지는 금방이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내렸다. 다원까지 가는길도 가히 환상
이다. 양쪽으로 곧게 자라난 나무들이 그 풍채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런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란... 역시 말이 필요 없다.
그 향긋한 나무 나무냄새를 한 번 실컷 들이켜본다. 대단한 공기...
여기서부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주차장에는 엄청난 차들이
벌써 주차하고 있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에 즐비하다.
휴일인 이유로 사람 많은 건 감안을 해야 할 것 같다.
산책길로도 더할 나위 없는 이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다보면
휴게소 같은 시설이 들어서 있다. 녹차를 팔거나 앉아서 마실수도
있는 찻집 겸 판매장 같은 곳이다. 과자, 아이스크림등 녹차를 첨가
해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 팔고 있다.
초록의 마법에 걸리다.
이제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그 유명한 한국최대의 녹차
재배지가 눈이 부시게 펼쳐져 있다. 면적이 100만평이 넘는다고
하니 그 장대한 모습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흡사 초록융단이 끝없이 깔려져 있는 듯한데 그 모습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뽀송뽀송해 보이는 그곳에 사정없이 떨어져도
좋은 것만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미 초록색깔의 마법 같은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도 질세라 융단속을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과 그 풍경속에 슬며시
누추하지만 우리의 모습도 함께 담았다.
과연 이 마법 같은 융단의 끝은 어느 메일까?
흐린 날씨탓에 얇게 비까지 흩뿌리고 분위기 한 번 끝내준다.
여기서 비가 더 내리면 얕상굿다고 하겠지만 다행히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맑아져서 관광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사람이 유난히 많은 곳으로 우리도 이동했다. 그곳으로 가니 이유가
분명해졌다. 바로 드라마 촬영과 CF촬영이 이루어진 곳이다.
비구승과 수녀가 자전거 타고 가는 그 장면이 바로 이곳.
그 앞에는 팻말로 CF 촬영지라고 큼지막히 씌여 있다.
드라마 촬영지가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별 관심들 없다가 메스컴
하번 타고 히트하면 바로 우르르 모두 그 장소로 몰려간다.
가서 뒤질세라 사진 찍고... 자연 훼손하고... 다른 건 관심 없다.
TV에 나온 거기 갔다왔으면 그만 인 것이다. 나 역시 일조 하는건
아닌지... 아주 예전부터 오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하필 지금 왔
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궁색한 변명일까?
씁쓸한 생각으로 잠시서 있다가 그 앞에 있는 그림 같은 집을 발견했다.
사유지 같지만 흘낏흘낏 보다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주인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들어 가본다. 이런 곳에 살면 인간의 그 모든 죄스런
생각들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나오면서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여기에 사시니 너무 좋으시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래도
북적거리는 곳 보단 좋소" 헤어지면서 아저씨에게 미소한번 띄어주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어디를 둘러봐도 이 초록의 융단은 마술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을 다 둘러보기에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내려가기
싫지만 별수 없다.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내려와서 시원한 녹차를 주욱 들이켜주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향각으로 걸었다. 차로 가면 바로 인 그곳을 걸어서 가니 한참이
걸린다. 그러나 이 좋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걷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다향각앞에는 이미 많은 차가 주차를 해놓은 상태여서 복잡하기
만하다. 다향각에 올라가면 바로 앞의 경관을 모조리 다 내려다 볼수있다.
저수지며 작은 마을이며 발 밑에는 녹차 밭이 역시 좌악 깔려져 있다.
보성에서는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녹차 밭이 보인다.
살랑살랑부는 바람을 맞으며 우린 율포 해수욕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물어보니 역시 승용차론 10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도보로는 1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시간은 없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다향각
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어떤 사람에게 율포로 가는지를 물어봤다.
오호! 바로 간다고 한다. 행운에 행운이 꼬리를 물고...
승용차로 편하게 율포 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었다. 점심전이라 같이
점심하자고 하는걸 정중하게 거절하고...
조용하기 만한 율포를 응시하며 산책을 하듯 걸어다녔다.
바닷물은 그리 깨끗하진 않았다.
방파제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시계를 보니 벌써 2시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바로 일어나서 도민 아주머니에게 정류장 위치
를 물었고 이내 그곳을 찾을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우린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한다. 시간이 40분정도 남았다.
"이왕 이리된 거 점심이나 먹자" 친구에게 말했고 친구가 그러자며
녹차를 먹힌 삼겹살 즉, 녹돈육을 권했다. 고개를 끄덕여주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다. 삼겹살 2인분에 물냉면.
음식은 맛이 있었다. 하긴 여행가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다 맛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역시 녹차로 만든 냉면의 맛이 감칠 맛난다.
색깔도 파란 것이 예쁘고 시원하며, 아주 상큼한 맛으로 그냥
냉면과는 차이가 있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나니 버스시간이다.
계산하고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바로 앞에 버스가 보인다.
시간에 딱 맞춘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버스가 떠나고 창측으로
앉은 나는 피곤했지만 광주까지 갈 동안 그 좋은 풍경을 감상
해야만 한다. 아까완 반대로 이번에는 친구가 신나게 잠을 잔다.
친구 말처럼 경치는 안보면 섭섭할 정도로 좋았다.
작은 공원도 보이고 잔디에는 도시락 싸들고 나온 가족들도
눈에 띄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강의 물줄기도 시원스럽다.
광주까지는 아까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빨리 서울로 가는
표를 끊어야했다. 그러나, 표는 8시 이후 표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이번에도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예정이 틀려져서 표를 되
파신다고 하시는데 시간을 보니 5시 20분 차다.
주저할 것이 없다. 바로 표를 사고 버스에 승차했다.
우리는 마주보며 흐뭇한 웃음을 연신 날렸고 버스는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려갔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쉽고
싫었지만 별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내가 꾸려온 모든 것과 사람들이 있으니까..
뜻하지 않은 즐거운 사건들의 연속이었던 이번 여행...
이후의 서울 생활은 나름대로 활기가 생겼다.
여행.... 그 아름다운 이름....
나이가 들수록 변하지 않는 것에 애착이 간다.
그리고 나에게 결코 실망을 주지 않은 유일무이한 무엇...
그런 의미에서 자연의 풍경은 늘 동경과 애정의 대상이다.
풍경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나는 한결같기만
한 풍경을 찾아 어느 때고 헤메 일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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