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고된 나날들의 포도당, 생활을 연명시켜 주는 링거의 주사액
|
| |
| |
| |
|
드디어, 나... 영주의 부석사에 발자욱을 찍고 오다.
몇년 전부터, 꼭 가야지 벼르고 벼렀던 그곳이었는데, 올 가을이란 계절의
느닷없는 실종으로 때이른 겨울 날씨 때문에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들었다면 지상의 천국이 따로 없을만큼 황홀한 모습을
볼수 있었겠건만, 잎이 노란기로 변하기도 전에 매서운 바람이 흟고 지나가
버려 은행나무의 잎들은 우수수 남김없이 떨어져 다만,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
내고 있었다. 부석사로 향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노란 은행잎이 만발한 은행
나무 길을 만난다는 건 일종의 행운이다.
몇년 전 모 신문의 문화면의 여행기사 중 '10월 말 부석사를 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는 글귀를 잊지 못하고 세월이 흐른 어느 11월 초에 그곳을 찾았건만
행복은 나를 비켜가고야 말았다.
그리하여도 적멸보궁을 가기 위한 통로같은 그 길은 은행나무에 은행잎이 없어
도 푸근하고 정겨움을 안겨주었다. 멀지 않은 저편에는 사과나무의 사과가
오롯이 열려있었으며... 과연, 영남 최고의 사색길이라 불리울만 하다.
사과의 고장 영주를 찾는다면 꼭 영주의 사과를 맛봐야만 한다.
곱고 탐스러운 사과의 색깔 속에 숨어있는 단맛과 사각거림이란, 깨물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부석사는 현존하는 목조사찰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또한 이 땅에서 가장 예쁜 절집으로 통한다. 나 역시 다른 형용사를 찾아내어
감탄에 동조해야 마땅하지만 건축에 무지한 나의 시선으로 직접 바라본 부석사
는 글쎄, 유 흥준 교수나 최 순우 선생의 찬미에는 수긍하기가 쉽지않았다.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을 바라보면서도 생각보다 훌륭해보이지 않았음에
선조들이시여 용서하시라.
무량수전은 그 건축의 아름다움 보다도 내려다보고 있는 경관이 더욱 수려
하다. 겹겹이 겹쳐있는 산세의 모양새는 한숨이 나올정도의 자태였다.
이 경관을 위해서 무량수전을 이 자리에 건립했으며 앞마당의 안양루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조사당을 보기위해 산속의 오솔길을 찾았다. 쉬쉬 거리는 바람소리가 스산스
럽지만 정겹게 나를 반기는 듯하다. 갑작스레 다가온 추위때문인지 단풍물이
들지도 못하고 꺾여 버린것같아 보인다. 단풍이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기 위해
서도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 올해는 아무리 봐도 단풍이 제대로 든 산을 보기
는 글러버린것같다. 가을이 이다지도 짧게 지나가다니.. 야속하다.
풍경소리를 마지막으로 부석사를 뒤로했다. 다음 가을에는 온통 노랏빛으로
나의 머리위를 뒤덮을 수 있는 은행나무를 볼수 있으려나.
적막하게 조용한 산사의 고즈넉함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사람아, 행여 가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부석사로 떠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여 가을 상념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 그 첩경이다.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