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동에서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마을까지는 약 40km. 자동차로 쉬엄쉬엄 달려도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휴일이고 축제의 마지막 날인 이날은 차가

제대로 달린다는 건 무리. 구례읍을 지나 줄곧 섬진강 물길을 따라

달리는 19번 국도는 꽤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창가에 앉아 섬진강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운이랄까.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흥겨웠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봄날 산수유와 매화 아래로 빛을 받아 흐르는 은빛 강물은 노모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온다.

디지털줌으로 찍었더니 사진이 흐릿하다. 제대로 된 선명한 화질의 사진을

찍으려면 디지털줌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

섬진강하면 으례 떠오르는 시인 김용택씨의 시를 끝으로 섬진강에 대한 찬사를 대신하기로 한다.

♣ 섬진강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재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동영상을 인덱스로 편집했다. 내 카메라는 동영상을 재생해서 올릴 수 없는건가... 메뉴얼에도 없는듯...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