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한대로 스캐너가 생겨 디카없이 떠났던 유럽여행의 사진들이 생각나 하나씩 꺼내보다가
스캔을 했고 이렇게 올리기에 이르렀다. 유럽의 풍경속에 담겨진 내사진들이 주를 이룰 듯.
당시는 지금처럼 사진에 대한 열정이 없어서 말이다. 유럽여행을 하는동안 사진을 좋아하게됐고
이후 나는 사진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끄적였던 기록을 토대로 잘나온 사진들은 아니지만 추억이 서려있는 그때의 사진을 올릴까 한다.
유럽여행의 첫 기착지는 영국이었다.
긴 비행을 마치고 런던의 히드로공항에 들어섰을때의 기분이란...
미리 예약해놓았던 민박집 '두리하우스'로 가기위해 전철표를 사려고 기계에 동전을 놓고
허둥대던 일이며 전철을 타고 신기하하던거며 알지도 못하는 지역에 내려 민박집을 찾아가던 일,
런던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대영박물관앞에서 만났던 일 등 모든게 꿈만 같다.
사진은 친구의 안내로 갔던 코벤트가든에서 마침 연주중인 아마추어 음악가의 즉흥공연을 찍은 것.
피카디리서커스와 더불어 내게 런던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다.
런던에서는 머무는 내내 흐리거나 비가 내렸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우산쓰고 가는 사람들은 주로 관광객들이다.
나도 예외일수가 없지. 미쳤다고 내리는 빗줄기를 그냥 맞고 다니냐. --;;
저 잠바, 유럽여행동안 거의 매일같이 입고 다녔다. 봐서 버리고 와야지했는데 그럴수가 없었다.
일교차도 크고 날씨가 어찌나 변덕스러웠는지. 돌이켜보니 날 추위로부터 지켜준 고마운 놈이다.^^
친구와 나는 영국에서도 길게 머물렀다. 이동을 위해 유레일패스이외에도 영국내에서 이동가능한 브릿패스를
따로 한국여행사에서 구입해갔다.
원래 리버풀로 갈 예정이었지만, 론리프래닛을 보다가 다른 곳으로 움직였는데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레이크 디스트릭'이 바로 그곳이다.
옥슨홈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고 윈더미어역이 공사중이라 버스로 이동했다.
'레이크 디스트릭'은 윈더미어와 보우니스를 포함한 지역이고 영국의 낭만파시인 윌리암 워즈워드의 고향이다.
숙소는 백팩커하우스를 이용했고 아침일찍 마을을 둘러보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길도 너무 깔끔하고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집들이 늘어서있다.
집 주위를 둘러싼 푸른잔디, 갖가지 예쁜 꽃들이 반듯하게 치장되어있는데 그 집들의
반수이상이 비앤비숙소. 여름에 특히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호수주변이 보우니스마을이다. 경관이 아름답고 백조들이 떠다닌다.
사람이 드물어 아주 한적하게 산책을 했다. 영국은 이런 시골이 참 좋다.
리버풀까지 가기위해 얼마나 많이 기다렸던가.
레이크 디스트릭에서 리버풀까지의 기차가 없어 프리스턴역까지는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버스와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지. 때문에 비틀즈투어를 하지 못했다.
리버풀에 관광객이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틀즈때문이다. 그러나, 리버풀만의 독특함도 인상적이었다.
역주변의 중세풍의 광장을 지나 머시강을 중심으로 중세와 현세의 분위기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가 리버풀이다.
리버풀에 늦게 도착, 비틀즈투어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알버트톡을 찾았다.
리버풀 사람들은 알버트톡에 대해 말하면 바로 비틀즈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러곤 친절하게 알려준다.
알버트톡 옆의 비틀즈스토리.
여긴 비틀즈에 관련된 책, 앨범, 엽서등등을 상품화해서 팔고 투어신청을 받는 곳이다.
발품을 팔아 직접 투어장소를 찾아 나섰다.
비틀즈의 거리 매튜스트리트에 당도했을때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 여기에 비틀즈의 네멤버가 처음
데뷔무대를 섰다는 캐빈클럽이 있다. 그 옆에는 캐빈바, 그리고 바옆에는 존 레논의 동상이 있다.
존과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이상해서 스캔받지 않았다. -,-
다음 요크셔. 일명 요크라는 도시로 향했다.
밤늦게 도착해서 팩백커하우스에 체크인을 했는데 외국배낭객들이 많아서 남,녀가 같이 쓰는 도미토리를 사용해야 했다.
문화적 충격하나! 남자가 보는데도 옷 갈아입을때 훌러덩 벗어재끼는 아가씨를 보다. 내가 더 낯이 뜨거워졌던 경험. -ㅁ-
요크대성당
내부를 구경하다가 혼자온 20대초반의 여자를 만나 같이 여행하다.
혼자왔다고 나름 신경써주고 3주정도 함께 여행을 했는데 나중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제대로 인사도 하지않고 가버렸다. 그간 잘해준 댓가가 이거었나, 배신감에 몸을 떨었던 기억.
요크는 작고 아담한 중세도시를 재현한 곳. 좁고 구부러진 길은 역사적분위기가 물씬하다.
사진 좀 많이 찍어둘걸. 그때는 그냥 의무감으로 찍고 다녀서리... 지금 같았으면 별별 것들을 다 찍었을텐데...
노르만식의 클리포드 원형타워와 캐슬뮤지엄을 볼 수 있다. 캐슬성곽을 따라 걸어도 좋다.
그리고 우연찮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무대인 하워드를 갔었는데 카메라를
분실해서 거기서 찍은 사진은 한장도 없다.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바로 하워드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벅찬 곳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릴 정도이다.
요크에서 리즈 -> 키슬레이 -> 하워드 이렇게 거쳐 가야 당도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곳이든 어렵게 찾아가는 곳이 그만큼 훌륭한 곳이 많은 법이다. 여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워드행 기차는 석탄으로 움직이는 기차였고 제복을 입은 차장 할머니도 너무 멋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극화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시골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있다.
정겨운 골목길사이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있고 진열된 물품 또한 너무 예쁘고 다양하다.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아래를 한번씩 돌아보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또 어떤지.
골목길 끝에는 브론테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에밀리, 샤롯, 앤 세자매가 집필했던 그녀들의 생가를
깨끗하게 보전시켜 놓았다. 생가옆에는 스산한 분위기의 교회와 무덤도 볼 수 있고 박물관을 끼고 올라가면
폭풍의 언덕이 바로 여기었구나,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구릉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과 말을 타는 사람까지 볼 수 있었다.
하워드의 사진이 단한장도 없는 걸 불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로 내겐 좋았던 곳이다. 다시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카메라가 없어 에딘버러를 가고도 그곳의 사진 또한 남겨놓을 수 없었다. 나는 하워드와 에딘버러를 갔었으나
그곳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에딘버러의 사람들은 잉글랜드인들 보다 경쾌하다.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아버딘에 친구가 살고있어 그의 집에서 며칠 신세를 지며 괴수 네스로 유명한 네스호가 있는
인버네스와 스카이섬 근처까지 갔다. 네스호는 울창한 숲길이 멋져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인적이 없고 조용하며 호수가 생각보다 크고 깊어 보이는 것이 아주 으스스한 느낌을 주고 있어
괴수같은 생물이 살고 있을 법하다. 해가 지는 무렵에는 상당히 괴기스럽다. --;;
경이로운 것은 스카이섬으로 가는 길이다. 산을 넘어 가야하는데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
나무는 거의 없고 목초로 둘러쌓인 것이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우리는 에일리언 도넌
이라는 고성만 보고 왔다. 위의 사진이 에일리언 도넌성에서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스카이 섬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2박 3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끝내주는 곳이니
나중에라도 꼭 찾으라는 친구의 말씀. 지척에 두고 가야하다니... 런던에서 예매한 뮤지컬만
아니었다면 갈 수 있었을텐데. 이제 또 언제 영국을 갈 수 있으련지... 흑흑...
친구에게 일회용스러운 토이카메라를 하나 얻어 이후 여행다니며 아주 잘 사용했다.
당시 내게 사진에 대한 열정이 지금 같았더라면 여행비용을 초과하더라도 나는 그곳의 카메라샵에서
카메라를 구입해 다녔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 멋진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겠지.
영국은 호수마을부터가 아주 좋다. 동화속에서 우리가 봐오던 그런 시골이다.
양떼들과 초록 언덕, 목장과 크림색 벽돌집과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선술집, 체크무늬와
위스키와 맛있는 쿠키와 빵. 다시금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1. 정현 2007-05-20 00:08:48
우와!!!~ 언니의 유럽 여행기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메XX스에 고맙다는 생각이...ㅋㅋ...언니 글을 보니 저는 영국은 간것두 아니네요...ㅠ.ㅠ....하워드가 어떤곳인지 정말 궁금하네요..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죠???? 그리고 사진보니 언니 무쟈게 어려보이네요..으하하
2. me 2007-05-21 00:05:53
정현씨 여행기를 보며 또 가고픈 마음에 이 짓을 시작했어. 언제 끝날지 몰러. ㅋㅋ 으흐흐... M패스... 좀 있다 또 협박을... 선물을 더 내놔랏!! 하워드 완죤 강추! 중세영화 한편 찍어도 될 정도의 풍경이 곳곳에 있더라구. 다시 갈 수 있길 나두 빌어. 헉... 지금은 팍 늙었다는 야그...? ㅠㅠ
3. 혜원 2007-05-21 09:39:24
하루에 한번정도는 언니 홈피 들어오는데 이상하게 글은 잘 안남기게 되네여..요즘 일이 폭주하고 있는데 진도는 별루입니다. 그래서 약간 신경질적이 되어버렸습니다..ㅋㅋ...유럽 여행기를 보니 다 때려치고 뜨고 싶네요..
당분간은 계속 신경질 모드가 않을까 합니다..일이 좀 한가해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가뿐한 맘이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4. me 2007-05-21 14:26:14
일때문에 마음이 바쁘니 그럴거야. 이사 간 집은 정리 좀 되고 있는지? 언제 초대할까 기다리고 있어. ㅎㅎ 하는 일 진도 팍팍 나가 곧 끝나길... 헉스! 신경질모드라면 옆에서 누가 견드리면 확 폭팔하는...? ㅋㅋ 그래. 좋은 하루되구~ 연락 지둘릴께~ ^^
5. 오모양 2007-05-21 15:08:47
좋군.... 영국은 왠지..보기만 해도 눅눅해보여...그래도 영국을 한번 가보고 싶소오~
비틀즈거리에가서.. 루시를 찾아보고 싶소.....ㅎㅎㅎㅎ
6. 정례 2007-05-21 16:52:39
언니의 유럽여행사진을 이제야..좀 많이 볼수있겠네
언니홈에서..그나마 아쉬운데로 사진으로 유럽여행좀 떠나야겠네..ㅎㅎㅎ
7. me 2007-05-21 21:43:26
오모양 - 어젠 잘 들어가셨군. ^^ 런던쪽은 맑은 날이 별로 없다 하더군. 영국도 남쪽으로 갈수록,
스코틀랜드지역은 그래도 나은 모양. 오오... 그대도 비틀즈를 좋아하남? 그럼 꼭 리버풀을 가라구~ ^ㅁ^
정례 - 바다는 잘 보고 왔구? 으응... 보기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니말대로 아쉬운대로 봐봐.^^;
유럽, 다시 한번 가고 싶구나. 크릉크릉~~
8. 쩡은 2007-05-26 10:25:54
다시 꺼내보는 여행 사진들이 보는동안 행복하게 하지..^^
이건 몇편 짜리 시리즈 물로 가는거야????
9. me 2007-05-26 20:40:20
행복한 동시에 서글퍼져. 언제 또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ㅠㅠ
으흐흐... 글쎄... 아마... 심심할때 한번씩 올리지 않을까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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