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는 여기저기 다니느라 오래 머물러서인지 에피소드가 많다.
글이 좀 길어도 짜증내지 말고 읽어주길 바란다. 내 지인들은 당근 그럴 것이다. ^^
사진도 이탈리아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제대로 나온 사진이
거의 없어 나를 분개하게 만들었는데... ㅠ_ㅠ
이탈리아의 국경지역인 Vintimille역까지 무려 기차를 4번을 갈아타고
밤 11시를 넘어 피렌체에 도착했다.
이렇게 나라와 나라간의 국경을 넘는 일은 분명 피곤한 일이나, 창을 통해
보여지는 나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어 즐겁기도 했다.
피렌체의 시뇨리타 광장에서
피렌체에 머물면서 세계아동출판박람회를 보러 볼로냐를 다녀왔다.
대학의 도시로의 역사가 깊은 볼로냐, 사진이 없어 아쉽고나~
민박집에서 만난 두 아저씨와의 저녁식사를 위해 베키오다리를 어슬렁거리다.
티본 스테이크 전문식당으로 들어가 스프부터 시작해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요기를 하다. 역시 사진이 없어 오호통재라! -ㅁ-
어스름한 저녁무렵, 피렌체 젊은이들은 베키오다리 주위로 모여들어
아무곳이나 풀썩 주저앉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른다.
아르노강물을 안주삼아 거나하게 술도 마시며 띵가띵가!
밤에는 민박집주인아저씨와 묵고 있는 한국사람들과 와인과 이탈리아의
소주와 조개국을 먹으며 이탈리아의 미술과 과학, 예술, 여행과 페라리에
관한 다방면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에서 매우 좋았던 것 중 하나라지.^^
다음날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피렌체를 속속들이 구경했다.
먼저, 우피치미술관으로 향하다. 꽤 오랜시간을 기다려 입장.
우피치미술관은 르네상스 미술의 최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입을 쩍쩍벌리며 구경할 수 밖에... 내 경우, 파르미지니아노의
수수께끼 그림 '긴목의 성모'를 볼 수 있어서 더욱 감동스러웠다.
다음은 두오모성당. 우리에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로 더 유명해진 곳.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욕구가 스나미가 오듯 밀려왔다.
유명세만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피렌체는 걸어서 모두 돌아보았다.
어느덧 미켈란젤로광장에 오르니 피렌체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고 또 걸어 늦은 오후 배낭을 메고 우리는 로마행 기차를 타러 갔다.
로마행기차에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
가뿐히 자리를 잡고 낮잠이나 잘까 싶어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정거장 하나를 지나
정차한 기차는 움직일 태세가 없다. 뮌일인가 싶어 창밖을 보고 있는데 덩치가 산만한
이탈리아 청년들이 떼로 몰라와 열차안을 점령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앉은 자리까지
들어와서 시끌벅적 떠들고... 영문을 모르는 친구와 나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자세히 뜯어보니 축구선수같아 보이는데 노래하고 떠들고 막대기는
하나씩 갖고 창문을 치고 난리를 부리는데 덜컥 겁도 나고... 당시는 그랬다.
걔들도 우리가 신기한지 서로 쳐다본다. 이 열차 로마가는 거 맞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고... 암튼, 그렇게 1시간이 지난 후 열차내 직원이 열차를 바꿔
타라고 하는 것 같아 (이태리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그리
들렸다) 선반에 올린 거대한 배낭을 내리려고 하니 곰같이 우람한 청년들이
그래도 착해서 친히 내려주더라. ㅎㅎ 말만 통했으면 대화라도 했을텐데...
유럽여행하면서 불어나 스페인어를 했었다면...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but, 바꿔서 탄 그 열차 역시 이미 난리 중. 덕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로마까지 쫄면서 갔더랬다. 그네들보며 축구가 이 나라에선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절감했다. 로마에서 함께 내린 그들은 가두행렬까지
벌이더라. 무사히 와서 그런건지 그 모습을 보곤 나중엔 너털웃음밖엔 안 나왔다.
(사진은 시티은행을 찾으러 로마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로마의 어느 공원에 앉아서)
로마의 테르미니역에 녀석들덕분에 또 늦은밤에 도착했다.
소매치기가 들끊는다는 테르미니역이라 긴장의 끈을 바싹 잡고
민박집에 연락을 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겁대가리를 상실했는지 자정에도 친구랑 둘이 나다녔다. ㅎㅎ
마드리드민박집에서 만난 사람과 로마에서 만나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새벽에 로마를 거닐었다는 뜻이다.
사람이란게, 한번 적응이 되니까 무서운 것도 없어지는 것 같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금새 친해졌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로마를 본격적으로 구경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로마내의 모든 운송수단이 파업을 한다길래 별수없이 걸어다녀야 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나마 우리가 로마에 있었던 일주일이 이탈리아 정부에서 정한
문화주간이라 관광지와 미술관을 무료입장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골롯세움의 경우, 실망 그 자체! 아흐~ 입장료를 안내서 욕 안한다. ㅋㅋ
이탈리아 국민들은 좋겠고나. 세계적인 유적지를 있는대로 가지고 있어서
땅파면 유적지 나올까봐 안 판다고 하니 대지가 그냥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라고
해도 되겠다. 카라칼라 욕탕은 입장불가! 먼발치에서 흔적만 보고 돌아왔다.
힘들게 찾아냈는데 무참하군. 아이고~ 다리야!!
지도보며 모르면 물어보고 그렇게 포폴로광장에 다았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잔디에 앉아 쉬고 있는데 재미난 광경이 목격되었다.
공원옆에선 파업중인 사람들이 확성기로 떠들고 있는데, 공원안에선
소풍나온 가족들, 장난치는 학생들, 애정행각벌이는 연인들이 지금의
파업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경찰들 또한 파업을 못하게 저지하는 게 아니라 그냥 파업하는 사람들을
좇아다닐 뿐이었다. 신기해서 경찰무리를 찍었는데 사진이 잘 나왔네. 쩝~
국민들의 발이 묶인 상황인데 이토록 태연한 상황이라니... 그저 놀랍고
황당하구나 싶었다. 우리같으면 난리났을텐데. 얘들은 파업도 즐기면서 하는 듯.
로마는 사실 내게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지만, 위의 상황이나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던 학생무리들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
얘들은 역사나 미술공부를 교실에 앉아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캄피돌리오를 거쳐 포로로마노를 구경하고 한국사람이 운영한다고해서
플래넷피자집까지 일부러 찾아가 피자를 먹었는데 맛과 서비스면에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것보다 못하더라. -ㅅ-;;
그리고 트래비분수의 명품가게를 끼웃거렸다.
다리는 주인아, 나 살리쇼~를 연발했지만 눈은 무척 즐거웠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한 멋진 직원들을 보는 것도 한몫했고 말이다.
로마야경을 보기 위해 밤까지 거닐었다. 트레비분수는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
스페인광장도 밤에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작아 실망스러웠지만.
민박집에 돌아와 또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잠이 모자라지만 즐거운 걸 어쩌랴~
다음날은 카타콤베와 티볼리가 목적지. but, 카타콤베는 휴관이라서 티볼리로 향했다.
티볼리는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가는 길이 볼만하다. 작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분수로 가는 위치를 물어야겠는데 인포는 점심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었고 경찰아저씨를 한명 만났는데 이곳 경찰이 아니라 모른다고 하고...
다행이랄까. 십대로 보이는 학생들 한명이 영어를 좀 해서 걔가 알려주는 쪽으로 걸으니
한무리의 노년 관광객들이 보여 그들을 따라갔다.
티볼리는 로마귀족들의 별장이 유명한 곳이다. 특히, 추기경의 소유별장이었다는
백개의 분수가 있다는 곳이 가장 유명하다. 문화주간으로 역시 무료입장! 흐흐~~
세개의 방을 통과해야 분수로 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세개의 방에 전시된 그림들이 움직인다고 하니 그냥 예사로 보고 지나칠
게 아니다. 어둡고 희미한 조명과 그림 또한 희미해서 자세히 보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라 할수 있다.
판타지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곳이 이탈리아이다.
마지막 방에서 나오면 이런 눈부신 풍경이 펼쳐져있다.
쏟아지는 태양아래 각양각색의 분수들이 일제히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물을 내뿜고 있었고 정원의 초록나무와 색색깔의 꽃들이 휘황찬란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풍경을 보고 환호성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단체로 소풍나왔던 어린이들이 우리를 보며 대놓고 호기심을 드러내며
japan하며 따라다녔다. 재팬 아니거던! 코리아해봐~~ 꼬레아노~~
지들과 다른 동양인에 대해 스스럼없이 호기심을 표출한다.
눈을 쫙쫙 찢어가며 말이다. 우리눈매가 그렇게 위로 치켜 올라갔냐? 앙??
로마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말하라면 단연 외곽에 있던 티볼리였다.
다음날, 나폴리로 가기위해 아침부터 민박집에서 기차역까지 쉬지않고
뛰었다. 친구, 나 그리고 민박집에서 만난 5명과 함께 열차시간에 늦을까봐
생쇼를 했다. 늦잠을 잔 것이 화근이었지. 그래도 즐거웠다우~ ㅋㅋ
나폴리에서는 역에서부터 집시들이 끈적지게 따라왔다. 민박집아저씨와
조우하니 뿅하고 사라지더군. --;; 아저씨가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한잔씩 마셨는데 이제껏 내가 마셔본 카푸치노 중 최고였다. 그 맛, 잊을 수 없다.
나폴리민박집은 10층이 넘는 곳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모두 오마이 갓을 외쳐대며 씩씩대며 올라갔다는... 그러나, 방으로 들어오자
너무 예쁘고 화사해서 모두 힘들게 계단을 오른 기억을 상실했다.
아저씨 혼자서 어찌 이렇게 잘 꾸며놓은건지. 감각이 있으시군영~
베란다로 나가면 나폴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이 없어 못내 아쉽다. 사진때문이라도 유럽에 다시 가야 한다니깐!
카메라와 돈만 챙겨들고 폼페이로 향했다.
폼페이 지도를 펴들고 드디어 세계사페이지에 한 획을 그은 폼페이에 내딪었다.
향락과 쾌락의 도시 폼페이. 그랬기에 신의 노여움으로 베수비오화산의
폭팔로 인해 한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도시.
전설같은 도시의 유적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몹시 경이로운 일이다.
도리스 양식기둥의 아폴로신전, 로마식 원형극장, 바실리카 극장, 베티의 집
완벽한 수도시설을 만들어놓은 것도 그렇고, 놀라움 그 자체였던 곳이다.
우리끼리 아는대로 역사 해석를 하면서도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사람화석. 전시되어 있는 건 석고로 모형을 뜬 것이라고.
사진을 찍었으나, 나오지 않았다. 왜인거지? 사진은 어디에... -_-;;
나오는 길, 미풍은 살랑살랑 기분좋게 불었고 타국에서 만난 고국의 젊은이들이
새삼 유쾌해보였다. 저녁식사는 민박아저씨와 함께 나폴리피자를 먹으러 갔다.
원조 나폴리피자 중 제일 맛있게 한다는 레스토랑으로 우리를 안내한 아저씨와 함께.
해물, 치즈, 버섯 등이 조각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 하지만 나폴리 자체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지저분한 거리에 마약해서 눈 풀린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
미항의 기준에서 항구의 아름다움은 배를 몰고 들어올 때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그것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패스~
가게에서 맥주와 와인을 한아름 사들고 민박집에 들어와 대화를 나누었다.
복지시설이 잘 되어있는 이탈리아. 의료비보장도 확실하고 노후시설에
이만한 나라고 없다고 아저씨는 말한다. 기본적인 생활만 할 수 있을정도면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나라. 인생을 즐기자가 삶의 모토인 나라가 이탈리아다.
카프리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아말피를 추천하시길래 아말피로 돌렸다.
카프리는 초록동굴을 보지 못하면 오니만 못하다는 이견도 한몫 거들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일단 소렌토까지 가서 아말피행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절벽의 풍경이 일품이라고 해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30여분을 달리자 과연 끝내주는 풍경이 나타났다. 창가에 몸을 붙이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이쪽, 저쪽으로 창가를 바꾸어가며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그러기를 10분정도 하자 속이 뒤집혀 풍경이고 뭐고 버스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이럴줄알았으면 멀미약을 먹는건데... ㅠㅠ
도착해서 유료화장실로 뛰어갔다. 유럽여행 중 유일하게 돈내고
화장실에 간 곳이 바로 아말피였다. 웩웩거렸지만 토하지는 않았다.
메슥거리는 속을 간신히 다스리고... 때문에 사진에서도 표정이 좋지 않다.
바닷가에 앉아 바람을 쐬고 나니 한결 개운해졌다. 그제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남이 아쉽다.
다시 그 버스를 타고 소렌토로... 속이 다시 뒤집히다. 소렌토역에
내려 작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먹고 나니 기운이 난다.
이럴때 마시는 진한 커피 한잔이 정신차리게 하는데는 약보다도 낫다.
다시 로마로 돌아와 나는 아시시로, 친구는 로마에 남았다.
아시시는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이자 그의 성당이 있는 곳이다.
시에나와 함께 가고 싶었던 고장이었다. 시에나를 가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아시시는 이탈리아풍의 전형적인 마을로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골목사이의 집이 너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사진은 찍었으나, 나오지 않고... 높은 곳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이 아름답다.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바티칸에 도착! 그러나 이미 긴 줄을 만들어논 사람들.
입장후 자전거투어를 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물론 허락을 받고) 간략한
설명을 듣고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종교화와 12신의 대리석상, 라파엘로
방을 통해 전시된 아테네학당의 그림을 보고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향하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니 가슴이 말할 수 없게 벅찼다.
천장에는 '천지창조'가 그려져있다. 한참 들여다보느라 고개가 아팠다는...
사진촬영 금지인데 여기저기서 펑펑 후레쉬 터트려가며 사진들 찍더군. -,-
나와서 나는 성 피에트로 성당의 돔으로 올라가다.
친구는 올라가기 싫다하여 혼자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힘들게 왔어도 보람차구나. 로마시가지까지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성당 안의 '피에타'을 보았다. 방탄유리에 갖힌 피에타는 너무 멀리 있어
성모마리아의 비통함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너무 유명해서 보안이 필요한
예술품들은 죄다 방탄유리에 갖혀 있다. 가만히 놔두지 않는 인간들이 문제인게지.
바티칸을 호위하고 있는 호위병들. 아도니스의 나라라는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본 핸섬보이였다. 내심 기대를 했건만, 이탈리아에서 잘생긴 남자를 보지 못했다.
이제 밤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간다. 다행히 민박집에서 만난 두명의 어린 처자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로마발 베네치아행 기차가 소매치기가 들끊은 곳으로 유명해 되도록
이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 좋을 성 싶기에. 밤기차를 타고 이동할때 가장
예민해지는 것 같다. 우리가 겁없이 다니긴했어도 이건 어쩔 수 없더라. ^^;;
일단 자리를 잡고 큰 배낭을 끈으로 둘둘말아 의자에 고정시키고 한명씩 돌아가며
자면서 배낭을 지키기로 했다. 우리가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느닷없이 들어온 남자
한명때문이었다. 동양여자 네명이 있는 칸에 들어와 앉는 이 남자. 거북할텐데 다른
칸으로 갈 생각을 안한다. 뮌가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냐며 우리는 불 다 켜놓고 잠도
제대로 못잤고 그 놈 역시 제대로 잠을 못자며 서로 불편하게 베네치아까지 가야했다.
내가 말을 좀 시켜봤는데 나도 영어 못하지만 그 자식도 어지간히 못하더군.
덕분에 이유를 묻지 못했다. 지금도 참 궁금하다. 대체 왜 그랬수?
다른 칸에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와 함께 밤을 지세운건지. -_-??
그리고 새벽에 우리는 드디어 와 버렸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각종CF와 영화의 숱한 배경이 되었던 이 아름다운 도시에...
그 이른 시간, 아직도 곳곳에 어둠의 흔적이 배어있는 낯선도시에
내려 비몽사몽간에 씻지도 못하고 심신이 지쳤이던 나를 베네치아는
일순간에 어르고 달래주었다. 고요한 새벽녘에 출렁대던 그 물결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겨우 유스호스텔을 찾았다.
베네치아의 골목길은 헤메기 쉬운 길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미궁이다.
어느 곳을 다녀도 천지가 물 일색이다. 세상엔 이런 곳도 있다.
꺄오~ 넘 멋지잖아. 교통수단이란, 수상버스와 택시, 곤도라뿐이다.
산마르코광장은 베네치아의 중심지이다.
광장에는 비둘기떼가 상징처럼 거주하고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저녁무렵에는
이곳에서 귀에 익은 영화음악이나 클래식을 연주하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베네치아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모른다.
이것도 기념이라고 비둘기떼와 찍는다. 여기오면 다들 찍는다는... ㅋㅋ
우리는 하루동안 수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하여
먼저 무라노섬을 들어갔다. 유리공예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객에게 직접 유리로 공예품과 악세사리를 만드는 과정을 일일이
보여줌으로써 관광객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유도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참 재미나다.
유리공예를 선보이는 영감님되겠다. 짠! 어떠냐? 안 사고 못 배길걸~
사고싶어도 깨질까봐 못샀다. --;; 옆에서 영어로 설명도 곁들여주는데
그 아저씨가 조지 크루니를 닮았다. 그래서 그 아저씨 따라 온거라고는 말 못혀~
베네치아 곤돌라 앞에서. 곤돌라는 타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즐겁다.
빛이 산란됨이 사진에 여과없이 찍혔다. 이 카메라의 특징이다. --;;
오후에는 날씨가 더웠다. 꼬질꼬질한 잠바를 벗어줘야지.
완죤 단벌신사가 따로 없고나. -ㅁ-; 맛난 젤라또를 안 사먹을 수 없지. 냠냠~
수상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리도섬으로 go~
일광욕을 하고 수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때가 때인지라
아직은 한적한 바닷가의 모습이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바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분명 이곳 어딘가에 주인공과
주인공을 매료시켜 죽음으로까지 이끌고간 그 미소년이 있었으리라.
다시 산마르코 광장으로 갔고 우리는 수퍼에서 먹거리를 사온 후
유스호스텔에 들어와 식당에서 샌드위를 만들어 먹고 다시 나왔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밤새도록 우리는 수상버스를 타고 다녔다.
밤의 베네치아는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지도에는 없는 가상의 도시같다.
우리는 정처없이 베네치아 곳곳을 흘러 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
발을 동동 굴렸다. 가야하는데 가기는 싫고... 처음이었다. 베네치아가... ㅠㅠ
다음날 우리는 베네치아를 떠났다. 수상버스를 타고 산타루치아역으로 가는 동안
떠나기싫어 하염없이 흐르던 물만 바라보았다. 낭만적이고 달콤했던 이 도시는 과연
하룻밤의 꿈이었던가. 베네치아가 그 어떤 도시보다 우월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나의 카메라가 밤에는 취약했으므로 야경사진은 한장도 없다. 제기럴~ 아까비!)
밀라노를 거쳐 우리는 짧지 않은 날들을 머물렀던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로 간다.
밀라노는 여타 이탈리아의 도시보다 현대적이다. 패션의 도시라 그런지 지나는
이탈리아인들도 휠씬 유행에 민감한 듯 했고, 오직 쇼핑을 위해 단체로 몰려다니는
동양인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사진은 밀라노의 두오모성당.
이쯤되니 성당안에 들어가는 것도 지겨워져서 주위만 맴돌았다.
밀라노 시내를 여유롭게 구경하다. 그리고 스위스의 베른행열차를 타고 떠났다.
이탈리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만큼의 추억을 떠안겨준 나라.
그 속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립다. 다시 꼭 찾고 말테다. 꼭! 특히, 베네치아! 불끈!!
이렇게 긴 글을 함께 올리는 것도 이탈리아에서의 추억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글을 좀 줄여야지. 헐~ 사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막 키보드를 두들리고 있었다. ^^;;
1. 정현 2007-09-04 19:51:19
티본 스테이크에 로마에서의 맥주 파티에....자정에도 로마를 다니셨다니...아흑 부러울 따름입니다.....언니에 비하면 저는 여행한 것두 아녀요....ㅠ.ㅠ.....그라고 우리가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띠동갑 밖에 없었어요......파업하시는 것두 보시고 재미난 추억이 많으시네요....그런데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을 정말 올라가신기야요??? 거기 무쟈게 멀던데...헉...
2. me 2007-09-04 23:30:24
티본 스테이크는 피렌체민박집에서 만난 아저씨들이 사주셨지. 한 아저씨가 이탈리어도 좀 하고 여행경력이 다채로워서 그 아저씨 이야기만 들어도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 그으럼~~ 미켈란젤로 언덕 올라갔지. 올라가니까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넘 좋았는데... 걷는 거 하난 잘했다는...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넘 겁없이 다닌거 아닌가 싶기도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어. ㅎㅎ 파업하는 건 문화적 단면이면서 작은 충격이었어. ^^
1. 정례 2007-08-30 14:26:42
아무리길어도 쭉~~~게 되는 언니의 여행글...
캬~~~ 언제봐도 유럽은 나를 설레게 만들어.. 가고싶다..정말..
다음편도 기대~~ ㅎㅎ
2. me 2007-08-30 14:51:08
그래도, 이번 껀 넘 길었지. ㅋㅋ 한번 살다 가는 인생, 가고 싶은 곳이 있음 가봐야지.
설레이는 그 느낌을 생생하게 느껴봐야해. ^^
3. 송 2007-08-30 16:05:29
나도 유럽중 이태리가 가장 좋았다.사람들도 좋고 위험한지도 몰겠고수다도 장난아니고 ..
난 사진이 없어서 언니꺼 다시읽고보니 내가 유럽에 가본적이 없는거 같이 느껴져. 역시 사진이 중요한데 ..베니스에서죽다의 비욘안데센 최고의미모지 ㅜㅜ
4. me 2007-08-30 23:18:52
볼 곳, 먹을 것, 재미난 사람들... 삼박자가 두루 갖추어진 곳이라지. ^^
사진도 잃어버렸거니와 유럽간지 하도 오래되서 더 그럴거여. ㅎㅎ
비요른, 영화 속에서 여자보다 더 예쁘더라. 영화자체는 너무 지루했다는... --;
비요른이 나올때만 눈이 반짝반짝! ㅋㅋ
5. 정현 2007-08-30 23:38:03
언니 여행기를 보니 다시 아쉬움이 몰려오네요...나폴리의 카푸치노와 피자...ㅠ.ㅠ.....저희가 갔을때 나폴리 위험하다는 소문이 너무 많아 안갔는데...갈껄 그랬어요...일행들 나폴리 피자 때문에 다들 후회하고 있답니다.....베네치아 사진은 잘 안나왔네요...안타까워요...언니 지금 가시면 무쟈게 잘 찍으실텐데.....아흑~....베네치아의 야경은 정말 환상이더라구요...언니가 아름답다하셨지만...실제로 보니 더욱 큰 감동이었어요....다시 베네치아 야경을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여....오늘 공항버스를 보니 웬지 눈물이 나더라구요...저도...감히 외치고 싶어요...여행아 곧 갈께....기달려....
6. 쩡은 2007-08-31 11:49:33
이젠 바람에 찬기운이 뭍어오네..
가을이라 생각해서인지 오늘 여행기가 더욱 맛난다
7. me 2007-08-31 13:26:38
정현 - 그러게. 내가 다 아쉽구먼~ 정현씨 일행들은 너무 겁이 많았던 것 같어. ㅎㅎ
긍게...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사진도 찍으러 베네치아, 가라앉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데...
공항버스타고 공항 도착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ㅁ-; 나두 맨날 외쳐대는데 못가고 있고나. -.T
정은 - 정말... 밤에는 운동할때 긴 팔 입어야겠더라구. 맛나게 읽어줘서 쌩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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