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 베른 구간은 창밖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과연 떠난지 1시간여만에 빼어난 자연풍광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자연의 풍광이 다듬어 놓은 듯 말끔했고 산장같은 집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기차가 흡사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이 드는게 산을 따라 철로를
뚫어놓았기 때문에 아찔한 산아래 풍광을 보면 스릴있다. 꺄악~
너무 너무 좋았는데... 사진이 없어 감동을 전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베른역에서 인터라겐 오스트역으로 갈아탈 요량이었으나, 스피츠역에서 가는 것이
휠씬 빠른 것같아 기차표를 검사하는 직원에서 물어 재차 확인 후 스피츠역에 내렸다.
스피츠 -> 인터라겐 오스트 -> 라우터브루넨. 거치고 또 거치고... 겨우 도착했다.
9시가 좀 안된 시각이었는데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하자 갑작스레 비는 내리고
무엇보다 길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막막했다. 스위스에는 이시간이 완전 야밤에 속한다.
설상가상으로 숙박하기로했던 스토키할머니는 휴가를 떠난다며 문짝에
종이를 붙여놓아 우리는 그 팔랑거리는 종이를 보고 망연자실했었다. -__-;
당최 사위가 보이던가, 지나는 사람들이 있어야 뭘 보고 물어볼텐데 당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사방은 깜깜한데 새가 우는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게 아닐까 싶은게 달리는 승용차를 잡아 사람을 내리게해서
지리를 물어 겨우 밸리하우스를 찾았다. '환영'이라고 써 있는 한국말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ㅎㅎ 밸리하우스는 그만큼 한국사람들이 많은 숙소였다.
다음날 일어나 창문을 열자 산위에 만년설과 푸른잔디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그림엽서인양 시야에 들어왔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여기가 스위스가 맞긴 맞구나 싶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신이 나더라. 아침먹으러 주방에 갔더니 죄다 동양인, 한국인이었다.
알다시피 스위스는 어떤 풍경에 카메라를 갖다대도 모두 엽서풍경이된다.
어릴적, 달력 속 사진으로 접하고 동경했던 경치를 직접 보다니 기쁠수밖에...
산을 타고 거침없이 떨어지는 폭포도 있어 무척 신기해하며 한참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다녀도 사람 구경을 할 수 없다.
아침과 낮에도 이리 인적이 드문데 밤이야 오죽할까. 모두 어디있는 것이오?
점심을 먹고 이제 하이킹하러 뮬렌으로 간다.
날씨가 맑아져 햇빛이 난다.
올라갈때는 기차를 타고 (걸어 오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내려올때 도보로 경치를 둘러보며 하이킹을 하는 것.
기차는 60도 각도의 철로를 달린 후 중간에 내려 한량짜리
열차를 바꿔타고 도착한다. 도착해서 기념촬영해주시고...
뮬렌정상에 도착. 인포에서 하이킹 코스지도를 받아서
마을까지 걸어 내려온다. 내려오는데 3시간 30분이 걸렸다. 헉헉~ -ㅅ-;;
산턱에는 아직 눈도 볼 수 있고 양지에는 야생화들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내려오는 것도 나름 체력을 요한다. 처음에는 좋았으나, 다리가 후달거려 혼났다.
다음날은 드디어 대망의 융프라흐호에 갔다.
일단 락커에 배낭을 맡기고 표를 끊어 기차를 타고
kleine scheidegg역에서 잠깐 내려 기념사진을 찍다.
기차를 탈때까지만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흐려지더니 융프라흐호에서 도착했을땐 눈발이 날리고 하늘은
잿빛 일색이었다. 춥기도 무지하게 춥고... 이를 우짤쓸까나~ @@
티켓에 있는 무료누들스프 쿠폰이 있어 식당에 갔더니 농심 육계장
컵라면을 주더라. ㅎㅎ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올라온거냐며 픽픽
어이없는 웃음만 날렸던 친구와 나였다.
얼음궁전이라고 지어놓은 게 있길래 안에 얼음조각을보고 다시
내려오는 기차를 탔다. 이때만해도 괜히 왔다 싶었다.
아이고~ 산산히 날아간 115프랑아~ ㅠ_ㅠ
내려갈때는 다른 곳으로 간다. 그린덴발트에서 잠시 내려 마을을
둘러봤다 그린덴발트는 스키시즌에 스키어들이 몰려드는 곳이기
때문에 숙박시설이 많다. 그린덴발트에서 인터라겐 오스트역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기가 막히다. 경관이 너무 아름답고 평화스러우며 목가적이고...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허락되는 그런 풍경들이 차창밖을 천천히 지나갔다.
아름다운 집들과 야생화에 멋지게 뻣쳐있던 나무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쉼없이 졸졸흐르는 냇물소리까지도 들리는 듯 했다. 비가 내려서 분위기가
더 배가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때 본 풍경, 이루 말할 수 없게 좋았다.
그야말로 스위스에서 가장 스위스다운 면모를 보았다.
이것때문에 115프랑이 그나마 아깝지 않았으니 알아서 상상해보길 바란다. ^^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베른으로 넘어간다. 역시 정돈된 깔끔함이
돋보이는 예쁜 마을 베른.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얼마나 반가웠는지. ^^
순수미술박물관에 들러 미술품을 감상후 구시가지로 간다.
베른의 구시가지 난간에 기대어...
베른은 곰의 도시라 곰이 재롱을 피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로즈가든에 들리고 계속 구시가지를 돌아보았다.
세계재즈페스티벌 포스터를 보고 입맛만 다셔야했다.
공연문화가 발달한 유럽은 어딜 가나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열린다.
베른 신시가지에 들어서면 양쪽 아케이드를 끼고 중간에
작은 분수가 있고 뒤로는 아기자기한 시계탑을 볼 수 있다.
아케이드 지하에 위치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솔하다.
그림, 도서, 음반등 예술에 관한 것으로 도배되어 있다.
오래된 것부터 최신의 것까지. 특히, 빈티지스러운 것들이 많아
구경하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악보 한장도 어찌나 멋스러운지.
늦은 오후, 락커에서 배낭을 챙겨 루체른으로 향했다.
루체른 도착하자마자 일단 백팩커숙소를 찾았다. 묻고 또 묻고 힘겹게
찾아낸 곳. 그러나, 주인아줌마 한번 대단히 깐깐하고 매몰차더군. -_-
생긴 건 꼭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못된 서쪽마녀처럼 생겨갖고는...
침낭이 있다고 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며 시트값을 따로 달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돈없는 배낭여행객이라 꾹 참고 체크인을 했다.
루체른의 밤은 은은한 야경이 볼만하다.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지만, 없다우. ㅠㅠ
8시이후는 술집을 겸한 곳이 아니면 식당 문을 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내 생애 가장 비싼 햄버거를 먹었다.
빅맥세트를 시키니 11프랑 달라고 하더라. 아흐~ 눈물의 햄버거로다.
햄버거먹고 백팩커 정보지를 보고 재즈바를 찾으러 골목이란 골목은 모두
훒고 다녔는데 결국 못 찾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한국남자 두명이 우리 방에 있었다.
꽤 넓직한 4인실을 우리끼리 쓰는구나, 좋아했었는데... 좋다 말았구나~~
같은 한국인이라고 주인마녀가 넣어준 모양이다. 이그... 그렇다고 남자를... -ㅅ-;;
좀 껄끄러웠지만 동포라고 이내 여행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느즈막히 잠자리에 들었는데 남자동포 한명이 코를 죽기 살기로 곪아
잠을 제대로 못잤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_ㅠ
아침에 남자동포들과 빠이빠이하고 우리는 유람선을 타러 갔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무료승선 가능. 오고가는 데 1시간 코스로 알고
올라탔는데 웬걸 2시간 30분동안 유유히 돌고 돌았던 유람선되겠다.
처음엔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개의치않고 날씨가 쾌청해
밖에 이렇게 앉아 풍경이 좋쿠나~ 연발하며 싱글벙글거리다가
나중에 어찌나 춥던지 내부로 들어와 부들부들 떨었다.
유람선에서 본 루체른 풍경.
카누경기를 하는 젊은이들, 패러 글라이들 즐기는 사람들이며
휴일에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좋으면서 부러워보였다.
유람선의 선원아저씨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달라붙었다.
친구의 카메라로 찰칵! 자연스러운 포즈와 웃는 모습이 굿이었다.
유명한 빈사의 사자와 한컷 찍고 기차시간을 제대로 인지 못하여
쮜리히행 열차를 한대 보내고 겨우 쮜리히로 갔으나 역시
기차시간때문에(평일과 휴일의 운행시간이 틀리다)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독일로 넘어 가야했다. 그냥 서두르지 말고
쮜리히구경이나 실컷할걸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아까운 곳이네. -_+
스위스는 최고의 자연 풍경을 가지고 관광객을 유혹하는 곳인만큼
걱정일랑 털어버리고 자연에 동화되어 쉬는 곳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너무 한적해서 무미건조하고 심심하기도 하지만... ^^;;
며칠동안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되어보는 것, 나쁘지 않다. 아니... 꽤 행복할 것이다.
1. 정례 2007-09-10 11:52:53
오.. 스위스... 정말 스위스는 사진기만 가져다 대도 엽서가 되는거 같아.
내가 아는 동생도 갔다오더니.그러더라고.. 그냥 눈만돌리면 풍경이 예술이라고..
2. me 2007-09-10 22:44:33
엉, 깔끔하고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뛰어난 곳이라지.
올린 사진들이 모두 그지같아서 아쉬울뿐이지. 사진찍으러 다시 가야되는데...T.T
3. 정현 2007-09-11 16:37:11
언니 여행기를 읽으니 융프라를 못 올라간것이 다시 맘이 아파지고 있슴당...ㅠ.ㅠ 날씨가 안좋아 안올라가고 다른곳으로 갔는디....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는 기야요...그날 융프라 정상 최고였다고 하더라구요...아흑..저는 융프라 때메 다시 가야혀요...ㅋㅋ....스위스는 사진으로 찍기만 하믄 엽서 사진이죠...정말 최고최고...
4. me 2007-09-12 00:26:22
정현씨랑 나랑 반대였다지? 내경우, 지상에선 날씨 참 좋았었는데... ^^
융프라호흐는 퍽 까칠한 것 같아. 허락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비경을 보여주는 모양이야.
우리 손잡고 다시 스위스가서 융프라호흐도 가고 그 맑은 공기도 마시고 그래줘야 될 듯! ㅋㅋ
5. 정현 2007-09-12 21:23:50
네!!~ 꼭 손잡고 융프라 가요...언니의 사진이 기대됩니다....언니같이 여유로이 걸어보고 오지 못한것이 요즘 많이 아쉽네요....T^T
6. me 2007-09-13 13:10:21
그랴, 글자~~ 나중에 기회가 있을거야. 그땐 여유로운 여행을 하길... 아니... 같이 가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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