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역시 나라간의 이동이 가장 힘든 일인 것이었다. 독일까지 가기위해 4번의 기차를 갈아탔다.
드디어, 독일의 고속열차 이체를 타다. 난 떼제베보다 이체가 더 좋다. 그리하여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12시가 다 된 시각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지상으로 나오니 깜깜하고 선득한 기분이 들었다.
지나가던 젊은 여자를 붙잡고 길을 물었더니 같은 방향이라고 하여 함께 걸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술을 마셨는지 입에서 술냄새가 폴폴~~ 풍기더라. ^^;; 그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자정이 일찌감치 지났는데 노래부르고 수다떠는 젊은이들이 스텔로비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의 유스호스텔은 내가 갔던 유스호스텔 중 가장 젊은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다음날, 조식(독일의 유스호스텔은 식사가 제법 잘 나오는 편이다) 후 느긋하게 나갔다. 운동화를 버리고
샌들을 신고 나왔는데 발시러 죽는줄 알았다. 있는 내내 흐리고 어둡고 세찬 바람이 불었더랬다.
먼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집'을 방문하여 주신다. 그가 살아생전에 집필했던 서재며 침실, 그의
애장품으로 소장한 그림들의 전시관을 두루 구경하다. 특히, 이탈리아를 사랑했던 그의 애정이 그림속에서
묻어나 흥미로웠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괴테의 여행기'이탈리아 기행'이 있지 않은가. 조금 읽다 말았지만...
월요일이라 모든 박물관이 닫혀있었다.
중앙광장에 갔다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와 일찍 호스텔로 들어왔다.
샤워 후 모든 옷가지를 세탁기에 돌리고 드라이까지 마치고
나니 웬지 속이 다 후련하다. 이렇게 느슨한 날도 있었야지. ^^;
하이델베르크는 반사적으로 알트(그리움)에 관한 풍경이 그려지는 곳이요, 청춘의 상징이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되는 곳이요, 철학과 낭만과 대학의 도시요, 하인리히와 괴테로
유명한 곳이요, 네카강 다리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세계 어느 곳의 다리도 따르지 못한다는 곳이다.
실로 온갖 칭찬의 문구라는 문구를 모두 갖다붙인 그럴듯한 도시로 그려지고 있다.
나 역시 이런 문구에 홀려 일찍 이 이 도시를 동경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대의 높은 탑이 와르르 무너진 건 한순간이었다.
이 도시는 오직 도보로만 여행했다. 특히, 하이델베르크대학 주변의
학생감옥은 입장료내고 들어간 곳 중 최악이었다. 입장료가 가장
아까웠던 곳이다. 하이델베르크 성과 네카강 다리는 사이좋게 공사
중이었고 이 도시의 상징이라는 카를 테오도르다리 역시 공사로 인해
지나갈때마다 지독한 소음으로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__-
다리를 건너 괴테, 헤겔등의 철학가와 문학가들이 자주 애용했다는 철학자의 길로 향했다.
좁디 좁은 길이 꽤 가파른 언덕길이었고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우리 앞길을 귀찮게 했다.
결코 쉽게 오를 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르면 전망하기 좋은 시가지가 펼쳐져있다.
요 사진이 그나마 배경을 보기에는 좀 나아보인다. 벤치가 있어 앉아서 바람을 쐬고 외곽 길로 내려와
시가지를 통과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여기서 좋았던 것 하나는 시내중심가가 활기에 넘쳐있었다는 것 뿐.
하이델베르그는 위에 언급한 몇가지 것들로 인해 필요이상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도시였다고 본다.
게다가 하이텔베르크행 기차는 독일기차 치곤 상당히 지저분하고 오래되기까지하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 로맨틱가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뷔르츠부르크로 출발했다.
해가 뉘엿뉘엿지는 저녁에 도착한 뷔르츠부르크. 저녁공기가 신선하게 몸 속 깊은 곳까지 스며 들어왔다.
호스텔을 찾기 위해 허둥대면서 트램을 탔다. 역시 젊은 언니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내 여행이 따스해진다. 뷔르츠부르크에서 처음 트램을 탔다. 물론 이후에는 동유럽에서도 꽤 많이 탔지만...
우리도 이런 전동차가 일본처럼 아직도 다니면 어떨까. 막히는 일도 없고 썩 괜찮은 교통수단이 될텐데...
(사진은 마리엔부르크 요새)
뷔르츠부르크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호스텔에서 묵는 여행자들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조용하기 그지없다. 4인실 도미토리로 들어가니 한국인 한명이 미리 와있어 반가워하며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 슈퍼, 베이커리 모두 문을 닫아서 어리둥절했다. 단 한군데
식료품가게에서 산 맛없는 빵을 사서 겨우 허기만 달래고 밤을 보낸다. 호스텔 바로 옆에
라이브 바가 있는지 밤새 쿵따리 쿵딱~~ 끊이지 않고 음악소리가 들린다. 락 바인 모양인데,
갈까 말까하다 안 갔는데 후회된다. 스콜피언스, 할로윈, 카멜같은 한국에서 사랑받았던
락그룹이 모두 독일 출신이 아닌가. 시끄럽지만 기분좋게 뷔르츠의 밤이 흘러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스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마리엔부르크 요새로 오른다.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라일락향기에 코끝이 간지럽다.
마리엔부르크요새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름답고 여름즈음엔 포도밭이
참 좋다고 하는데, 아직 철이 아니라 황량함만이 느껴진다.
요새 곳곳을 돌아보고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니 산책길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보기 좋았다.
여기 저기서 간드러지게 지저귀는 새소리도 정겹다. 나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공기도 좋고 산책이란 이런 것이지. 시내를 따라 레지덴츠 성으로 향했다.
레지덴츠 성에 도착. 날씨도 흐리고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좋구나~ 오면서 시내의 상점이 죄다
문을 닫아 뮌일이지 싶었는데, 노동절이었다.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 없어서
안습이지만... --; 나무들도 정성껏 가꾸어져 있었고 수선화, 튤립, 그밖에 이름을 알수 없는 꽃들이
선명한 색깔을 뽐내며 만발해있었다. 가족사진 찍는 가족도 볼 수 있었다. 정다운 사진이 나오리라~
다시 시가지를 통과해 호스텔로 가서 배낭을 들고 다음 행선지로 간다. 뷔르츠호스텔에서 일하는
남자애, 독일에서 본 남자 중 가장 잘 생겼었다. 학생같아 보였는데 젊어서인지 풋풋하고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지어지더라. ㅎㅎ 지금 같았으면 여행 중 만난 모든 사람들을 사진으로 남겨 뒀었을텐데... -,-;
독일여행 중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도시, 로텐부르크에 도착. 역주위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야하는데
어디로 갈지 몰라 (론리 플래닛에 나온 지도로는 도저히 찾기 불가) 부녀로 추정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물었더니 그들도 모르겠지는지 누구에겐가 핸드폰으로 전화까지 하더니 결국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기사에게 부탁했다는... -ㅁ- 울며 겨자먹기도 그들의 친절이 고마워서 택시타고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택시값이 15유로 나왔다. 15유로정도면 호스텔에서 1박을 할 수 있는데... ㅠㅠ
배낭을 풀고 이내 나와 호스텔에 비치된 지도와 책자를 가지고 관광을 시작했다.
이 작은 도시는 관광객들 천지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로텐은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하여 로맨틱가도의 하일라이트라는 칭송을 듣는다.
실제로 그랬다. ^_^ 아담한 길을 따라 사이드로 줄지어 있는 상점들이 울트라 캡숑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또한 위의 사진처럼 특히, 상점의 간판들이 작품이다.
아기자기하고 한눈에 저 건 무슨 가게구나, 그림으로 설명이 된다.
네온사인만 보고 자라난 우리의 시야에 저 것들은 정말 예술, 그 자체였다.
관광객들 중에 동양인이 많지 않아서 일까. 두명의 어린 남학생이 마르크트광장으로
지나는데 계속 말을 걸어 왔다. '고니찌와, 니 하' 하믄서... --;; 처음에는 그냥 웃고
지나갔는데 (일본, 중국인사말을 하며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굳이 한국사람이라고 굳이
대꾸하지 않고 그냥 웃고 지나간다) 줄기차게 따라와 우린 코리안이라고 했더니 그게
인사말인줄 알고 계속 코리안하며 외쳐댄다. 결국, 안녕하세요를 알려주니 수첩을 꺼내
스펠링을 하나씩 쓰며 확인하더라. 맞다고 하니까 고맙다고 그제야 사라진다.
웃기는 넘들이네, 학교에서 숙제내줬냐. ㅎㅎ
사진설명) 나는 좋다고 웃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남자아이, 세상 다 산 사람같다. -_-;
어린아이가 무슨 고민인건지. 엄마한테 혼났나? 두사람이 참 대조적이네. ㅋㅋ
성벽을 따라 범죄박물관에 갔다가 부르크공원으로 걸었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의 꽃이 너무 예뻐서 친구한테 찍어달랬다. ㅋㅋ
이즈음,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멋지다. 신록이 한껏 우거져 싱그럽다.
한참을 배외하고 호스텔로 걸어가던 중, 인형극을 하는 소극장이 있어 우편함에 두사람
예약이라고 영어로 쓰고 넣어두었다. 그리고 둘이 포스터를 보고 이야기하는데, 한국인이냐는
말이 들려와 돌아보니 젊은 동양남자 둘이 서있었다. 얘들과 몇 나라를 같이 다녔다.
지금부터 얘들을 젊은 그둘이라 칭한다. 서로 반가워 거리에 서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었다. 숙소에서 다시 보자며 각자 가던 길을 가고, 우린 엽서를 산 후
햄버거 하나 먹으며 더 돌아보다가 호스텔에 들어갔더니 우리 방의 여자 둘이 다 한국인. ^^
게다가 한 명은 뷔르츠에서 만난 사람이어서 더 반가워했다는...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젊은 그둘과 조우하기 위해 그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젋은 그둘은 군복무를 마치고 잠시 비는 시간을 이용, 여행 중이라 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문화의 질이 향상되어도 한국인들은 직장인들의 경우, 아직까지 대부분
여행이나 휴가에 있어 각자의 자율권을 갖지 못한다. 여름휴가라는 명목아래 겨우 며칠정도...
세계화에 발 맞춰간다하면서 왜 휴가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인지...
외국여행을 하면 이 문제가 더욱 와 닿는다. 그래서, 우리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장기여행을 위해 그리 한다. 아이고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암튼, 젊은 그둘은 심야기차를 내 방처럼, 고로 숙박비를 아끼는 절약형 배낭여행을 몸소
실천 중이었다. 그야말로 찍고 턴! 그 둘에게 때문에 호스텔에서 잔다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라고.
재밌고나~ 한창 젊었을때는 그래도 된다. 젊은 그둘보며 좀 많이 부러웠다.
인형극때문에 우리는 다시 외출준비를 했다. 야들아, 밤에 다시 보자~
같은 방을 쓰는 한국여자 두명이 함께 인형극을 보길 원해 네명이 작은 소극장으로 go~
소극장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중년의 사람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우린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입장권을 받는 아저씨가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며
우리를 소개시켜주더라. 앗, 이거 쑥쓰러구먼~~ 구텐탁! 안녕갑쎄요~~ ㅋㅋ
얼떨결에 일어나 인사를 했다는... ^ㅅ^
인형극은 사람이 줄로 인형을 움직이며 음악과 노래를 기본으로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코믹극이었다. 물론 독어로 진행되지만, 언어를 몰라도 웃기에 무리가 없을정도로 쉬운 내용이다.
인형극 중간 중간에 진행하는 아저씨가 우리를 배려해서 말도 시키고 나중엔 없는 생일까지
만들어서 작은 맥주도 선물해줬다. 보답으로 우리 네명, 노래를 불렀는데 아리랑이 절로 나오더라~
웩~~ 왜 그랬지? 왜 한국인들은 외국에 나가면 아리랑이 떠오르냐. --;;
분위기에 맞게 귀여운 동요를 불렀으면 좋았을텐데... 1시간 30분동안 실컷 웃고 나오니 비가 내린다.
어둠 속의 로텐부르크는 도시 자체가 분위기있는 재즈바를 연상케한다. 요란한 불빛의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도시의 북적거림이 아닌 은은함으로 빛나는 고전영화의 딱 그런 풍경말이다.
밤에는 호스텔로비에서 맥주 로텐부르거를 양껏 사들고 와 모두 모여 늦게까지
여행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밤은 이 도시처럼 은은하게 깊어갔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쁘디 예쁜마을인 로텐부르크에 또 하나 좋았던 건 유스호스텔의 시설.
모든 건물을 예쁘게 지으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는 것 아닐까 싶은 정도로 건물자체도 당연히
예뻤고 깔끔했으며 특히, 조식이 대박이었다. 우리는 민박집보다 유스호스텔을 더 많이
이용했는데 그간 묵었던 유스호스텔 중 가장 조식이 훌륭했던 곳이 여기였다.
먹을 가지가 정말 많고 신선했다. 음... 다시 가고 싶고나~
그리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 로텐부르크에서 추억거리가 참 많았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젊은 그둘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옆에 멍~하게 생긴
삐쩍마른 사내가 보였다. 젊은 그둘이 우리를 보며 인사 후 '쟤가 바로 어제 말한 그애예요'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아, 갸가 갸가?'
이 남자가 누군하면 젊은 그둘과 한방을 쓰는 일본인 배낭여행자인데, 아주 재밌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스물을 갓 넘은 학생이고 독일을 여행 중인데, 여행하는 방식이 놀랍다.
이 친구는 순 도보로 도시간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이 넓은 독일땅을 걸.어.서 말이다.
걸어서 푸랑크푸르트에서 로텐부르크까지 왔다는 것이다. 어제 이 얘기를 듣고 모두 놀라
이 엉뚱한 일본인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친구는 걸으며 여행을 하다가
텐트안에서 잠자고 다시 걷고... 이런 식으로 여행하며 가끔 호스텔에 묵는다고 한다.
젊은 그둘 못지 않게 이 친구에게 그러니까 호스텔에 묵었다는 건 호텔에 버금가는 꽤 근사한 잠자리인 셈이다.
서로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물었는데, 이 친구의 소지품을 구경한 결과, 카메라를 말할 것 없고,
텐트며, 배낭이며, 가이드북같은 게 여행하기 최고의 것이라며 일본은 역시 대단하구나 했단다.
튼튼하고 가볍고 견고하고... 게다가 정말 꼼꼼한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보며 감탄을 했다는 것!
가이드북은 도시별로 작게 분리되어 있고, 지도가 너무 상세하게 표기되어 있어 굳이 인포센터에
갈 필요가 없겠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이드북, 뭐...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몰라도 정보가
잘못된 것이 적지 않다. 이 일본녀석, 도보로 독일여행을 잘 끝마쳤는지 참 궁금하다.
얼떨결에 젊은 그둘과 함께 뮌헨으로 가기로 햇다. 우린 뮌헨의 유스호스텔에서
5일동안 머무르기로 하고 젊은 그둘은 이틀만 머물렸다.
다음날, 젊은 그둘과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 갔다.
인스부르크는 사시사철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중앙역에서 길을 따라 걸으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 있는데, 황금지붕때문이다.
건물의 차양이 진짜 금색으로 번쩍거린다. 날씨가 좋아 걷기도 좋고...
기차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젊은 그둘은 독일여자들이
이쁘다고 난리다. 내가 봐도 이쁜데 오죽할까. ^^
오후에는 젊은 그둘과 그둘이 만난 유럽여행동우리 회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러
'아우구스티너'로 갔다. 가이드책자에 이 곳과 호프 브로이가 나와있는데, 전자쪽이 괜찮은
듯 싶어 선택했더니 알고 보니 '아우구스티너'는 분점처럼 여기저기 널려진 호프집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우구스티너'가 왜이리 많은 거야? 어디가 진짜야? 했던 우리가 참 바보같았다.
가이드북, 잊지 않겠다. 정보를 제대로 알려줘야할 것 아닌가. -ㅁ-
독일에서는 맥주와 소세지를 꼭 먹어줘야 한다. 정말 맛이 좋다.
독일맥주는 다양함은 말할 것도 없고 맛도 무척 좋다. 유럽 맥주는 전부 맛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여행이야기로 열을 올린다. 젊은 그둘은 밤에 헝가리를 간다고.
헤어지니 며칠을 같이 보낸 것도 정이 들었는지 꽤 허전하더라. ^^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을 한국에서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연락처를 모두 친구가
갖고 있었는데, 친구와 잠시 소원해진 사이 세월은 지나가고... 친구는 그들과 한번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와서 다시 연락하는 것도 우습고 돌아보니 아쉽다.
여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쉽게 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퓌센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날이 좋지 않아 아우구스부르크로 간다.
기차를 타니 비가 내린다. 뮌헨에 있으면서 당최 태양을 볼 수 없으니 뮌헨은 진정 회색도시인가.
아우구스부르크는 그냥 그런 작은 도시였다. 역시 걸어서 도시 한바퀴를 빙돌고 다시 기차역으로...
지금 같아선 사진찍는다고 비가 와도 적극적이었겠지만, 당시엔 그냥 귀찮았다.
오후에는 드디어 슈바빙을 간다. 전혜린이 그토록 사랑했던 거리.
전혜린을 좋아해 독일을 가면 꼭 슈바빙을, 그리고 레오폴드거리를 가리라 했었는데...
일단, 영국식정원을 갔다. 광활한 잔디로 둘러싸인 거대한 크기의 공원.
정원 중앙에는 중국탑이 있고, 이름은 영국식정원이고... 아이러니하군.
전혜린이 매료되고 꿈을 불태웠던 독일의 몽마르트르, 슈바빙을 걸으며 그녀처럼
사고하려고 애를 쓰다. 그러나, 별로 예술스러운 면모는 보지 못했다.
젊은이들도 눈에 띠지 않았고, 어딘가 텅 빈 그런 거리였다. 지금의 슈바빙은 뮌가
확실히 결여되어 있는 듯 했다. 이게 아닌데 그러며 아이스크림으로 씁쓸한
기분을 달래며 레오폴드거리를 빠져나왔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다. 유럽의 일요일이란, 정말 쓸쓸하고 한산하기 이를때없다.
모든 상점은 일제히 문을 닫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없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관광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정도이다. 한국과 너무 다르다.
미술관 다니는 것 무엇보다 좋아하는 친구때문에 생각치 않았던 미술관까지 가게된다.
돌아보니 좋은 경험에 다름 아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양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더 좀
많이할걸 했던 것인데, 그래도 유럽여행 내내 보았던 최영미책 덕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책에도 나온 유명한 미술관인 '알테 피나코텍'과 '노이에 피나코텍'을 갔다.
전자는 종교화나 뒤러, 루벤스, 브리겔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후자에는 고갱, 고흐,
르느와르, 모네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구 미술관과 신 미술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유럽의 미술관은 한달에 한번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날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는지 두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했다. 그림들도 당근 좋았지만, 미술관건물 자체가 매우 좋았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어 걸을때마다 삐걱거렸는데 그 소리가 참 정겹다.
그리고 시립미술관격인 '하우스 더 쿤스트'도 들렸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았다.
전시종류에 따라 입장료를 받는다. 우리는 이번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곳을 골랐다.
사진, 그림, 스케치, 정물화, 기호화, 영화까지 형이상학과 기하학이
엉켜있는 특색있으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해서 독특한 경험이었다.
독일은 미술관내에서도 화장실을 이용하면 돈을 받고 심지어 맥도날드에서도 돈을 받았다.
물론 돈을 내고 화장실을 간 적은 없다. 화장실 자주 가는 내가 돈내고 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없으니 이 점이 여행하면서 가장 용했던 점이다. ㅎㅎ
마리엔광장도 일요일엔 널널하다. 전철을 타려면 언제나 마리엔광장을 관통해 가야한다.
며칠동안 뮌헨에서 움직였더니 익숙한 광경들로 인해 내가 여기 살고 있는 듯하다.
각종 포스터가 붙어있는... 전신주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하나.
이렇게 따로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흉물스럽지 않다.
다음날, 혼자 퓌센을 가게 되었다. 미리 가지 않는다고 말해주었으면 준비를 하고 일찌감치
나올것을 아침 먹고 갑자기 이야기하는 바람에 허둥지둥 혼자 준비하고 나오느라 퓌센까지
한번에 가는 기차를 놓쳤다. 1시간을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부치고 기다려 열차를 탔다. 중간에 내려 또 기다려 퓌센행 기차로 갈아탔다.
퓌센역에 내려 슈방가우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 버스 안에서 한국인 2명을 만났다.
그녀들과 함께 노이슈반스타인 성으로 향했다. 노이슈반스타인 성에 입장하려면
가이드가 포함된 투어형식의 입장권을 구입해야한다. 10여명이 가이드와 함께 들어간다.
노이슈반스타인성은 루드비히 2세가 자신의 부를 총동원해서 지었다는 성이다.
성내에 동굴도 있고 이것 저것 볼거리가 꽤 많았다. 백조를 유난히 좋아한 왕의 취향이
반영되어 곳곳에 백조그림을 볼 수 있다. 내가 본 성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여기다.
왕이 유폐된 이유로 왕좌가 없는 왕의 방에서는 열린 창 너머 멀리 호수와 산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5층의 가수의 방까지 가면 가이드
설명도 끝나고 알아서 밖으로 나가면 된다. 기념품가게에서 엽서를 사고 나왔다.
성안에서 바라본 풍경에 압도되어 마리엔다리에 가기로 했다.
20분쯤 걸어가면 되는데, 폭포수가 퍽 인상적이다. 또한 마리엔다리에서 바라보는
노이슈반스타인 성과 호엔슈방가우 성의 모습이 환상 그 자체다.
위의 성의 사진 모두 마리엔다리에서 찍은 것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사진나온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아름다움도 천양지차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버스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성과 함께 찍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찍어놨다. -_-;;
마리엔다리를 내려와 길을 걷던 중 한쪽으로 호엔슈방가우가 보였다.
같이 한장! 사진이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밑에 여백이 있게 나와서 친필로 끄적.
추억하건대, 내가 유럽에서 봤던 성들 중에 최고로 치고 싶은 성이 노이슈반스타인 성이다.
우리에겐 한국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수석 발레리나로 있는 도시로
알려진 슈트트가르트에 가다. 사진은 슈트트가르트의 루드비히 궁전.
입장료가 너무 비싸 그냥 기념사진찍고 궁전 앞 잔디에 앉아 있다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역근처의 쇼핑센터를 구경 후 다시 뮌헨으로 돌아왔다.
독일에서의 마지막 날, 호프 브로이에서 맥주를 마시고 떠나야지.
호프 브로이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 함께 하다. 큰 홀이 떠나갈 듯 흥겨운 분위기에
도취되었다. 딱딱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독일 현지인들도 여기서는 웃는 낯이었다.
밤에 우리는 야간열차를 탔다. 6인용 쿠셋이다. 맨 위층이 우리 자리.
이거 자다가 떨어지면 우짜나 싶다. 게다가 함께 자야하는 사람이 두명의 백인아저씨.
쿨컥~ 괜찮을까 순간 쫄았는데, 다행히 창문도 잘 닫아주고 이것 저것 배려해준다.
독일도 다시 가고 싶은 이유가 많은 곳을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베를린도 못 갔고... 그러고보니 동독쪽은 가지 못한 곳이 많다. 아, 다시 가야한다.
1. 정례.. 2007-09-18 23:58:39
오오~~ 길어... 읽느라 지쳐...ㅎㅎㅎ
외국가서 아리랑 들으면 가슴이 뭉클할거 같아.ㅎㅎㅎ
저 노이슈반스타인성은..보면볼수록 멋져.. 백조의 호수.배경이된 성이라는데..
보고싶다..흑흑
2. 송 2007-09-19 07:41:57
베를린은 별로 볼게 없었던 거 같다 기억에 .
언니 사진중 여기가 가장 좋아보인다
3. me 2007-09-19 14:57:54
정례 - 짧게 한다는 걸 나도 모르게... 그냥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어. 사진보니 걍 어제일처럼 또렷하게 다 생각나는거야. ㅋㅋ 아리랑, 호프브로이에서도 연주해준다고 했는데 돈내라고 해서 관뒀다는... 외국나가면 한국과 관련된 어떤 걸 보고 들어도 감격적이야. 노이슈반... 성은 정말 볼만해.
소영 - 그러냐? 베를린말고도 땅이 크니 갈 곳도 많지 않겠니? 한나라만 집중공략해서 다녔으면... 사진들이 다 별루지머... -_-; 난 사진때문이라도 다시 가야해!!
4. 정현 2007-09-19 20:17:30
기차는 이체가 최고죠~어찌가 기차 시설이 잘되어 있는지...인포에서 어디 간다고 얘기만 하면 어디서 갈아타며 시간까지 프린트 해주고..독일 기차 완전 최고죠...하이델베르크 못가서 서운했는데 언니 글을 읽으니 좀 위안이 되네요...ㅋㅋ...로텐부르크는 죽음이죠...못자고 당일치기 한것이 안타까워요....언니두 독일 계실때 날씨가 안좋았었네요....저희만 운없이 비맞고 다닌줄 알았는디.....언니는 좋은 동포들 많이 만난것 같네요...부러워요...저희는 호화 여행 온 어린것들만 만나서 별루 기쁘지 않았어요..애들이 아는 척도 안하고...캭~...몇년 사이에 애들 물이 틀려진 걸까요???
5. me 2007-09-20 16:05:43
마자. 떼제베도 좋지만 이체가 젤루 좋아~ 로텐에서는 볼거리도 그렇고 추억이 많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
엉, 만나는 한국 사람들 대부분 좋았던 것 같어. 아는 척 안하는 한국사람들도 많아. 그런 사람들은
우리쪽에서도 아예 상대를 안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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