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에 맞서는 레즈비언 드라마 < The L Word> -그 색깔부터 다르다!
레즈비언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LA에서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을 진지하고 다채롭게 그리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색다른 감각의 드라마.
L.A.의 레즈비언 그룹과 양성애자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The L Word는 아마도 미국에서 첫 레즈비언 드라마일 것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몇 개(프렌즈, 엘런, 윌&그레이스 등) 정도가 있긴 하지만 거기에서의, 레즈비언의 역할은 부수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The L Word는 레즈비언의 Life&Love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할 수 있다.
각본가인 아이린 셰이큰(Ilene Chaiken)은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 ‘퀴어 아이 포 더 스트레이트 가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 전에 레즈비언 친구들과 연인들에 관한 드라마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The L Word가 탄생했다.
이 드라마는 현재 4시즌까지 방송한 게이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를 방송한 곳이기도 한 Showtime에서 일요일 밤 10시에 총 13에피소드로 2004년 1월부터 4월까지 1시즌을 끝내고 2005년 2월 2시즌 방송을 앞두고 있다.
게이 드라마인 ‘퀴어 애즈 포크’처럼 ‘The L Word’ 역시 시종일관 성에 대한 이해(적응)와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띄지만, ‘퀴어 애즈 포크’가 정치적 허세가 가미된 외설적이고 음탕함이 진하게 풍기는 반면 ‘The L Word’는 시청자를 덜 무안(당황)하게 하는 섹시함이 유머와 함께 적절히 가미된 드라마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The L Word’의 스토리라인을 잠시 들여보면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pilot에서는 이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인 5명의 레즈비언들, 양성애자 여성, 레즈비언의, 이복언니(그녀는 이성애자이다)와 남자친구와 살기 위해 LA에 온, 그리고 곧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성과 그녀의 남자친구를 소개한다.
이성 커플인 제니와 팀은 그들의 이웃인 오래된 동성애자 커플인 벳과 티나를 통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레즈비언 그룹에 소개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늘 어슬렁거리며 마치 이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인 카페 플레닛이 등장한다(이 플레닛의 운영자인 마리나 역시 레즈비언이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된 제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상야릇한 감정을 마리나에게서 느끼고 이 두 여인은 제니가 팀과의 관계가 위기를 맞게 되는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한편 벳과 티나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며 프로 테니스 선수인 데이나는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사회에 숨긴 채 여자친구를 만들고자 노력 중. 양성연애자인 앨리스 역시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를 만들고자 애쓰는 중이다. 또한 구속 받기 싫어하는 쉐인은 매일밤 다른 여자와의 잠자리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알코올중독증세를 보이는, 벳의 이복언니, 킷은 술을 멀리하며 동생 벳과의 사이를 진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Pilot에서는 벳-티나의 관계와 마리나-제니-팀의 삼각관계를 깊이 다룬 감이 있긴 하지만, 이 양분화된 관계 속에도 보다 깊은 갈등구조를 넣음으로써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래된 연인인 벳과 티나 커플의, 인공수정 과정에서 생기는 몇 가지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최대한 파고듦으로써 전체적인 단조로움으로부터 스토리라인을 훨씬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현명하게도 수정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벳과 티나의 관계를 다른 측면에서 조명한다.
팀-제니-마리나의 삼각관계는 이해하기 쉽게 아주 잘 쓰여졌다. 제니 역의 커쉬너는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그것이 욕정이든 혼돈이든 혹은 슬픔이든-을 참으로 감탄할 정도로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복잡하게 표현한다. 또한 마리나 역의 롬바르드는 차분하고 놀랄 정도로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주며 신비스러움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화는 제니와 마리나 사이에서 화학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문제는 팀과 제니 역시 사이가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이 삼각관계의 갈등구조를 심화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눈을 고정시키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프롤로그에서는 벳과 티나의 관계, 팀-제니-마리나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었다면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이야기는 시리즈에 다양성과 복잡성을 가미하며 다른 캐릭터들에게 좀 더 많은 시선을 보낸다.
예를 들면 데이나의, 라라와의 러브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서 비춰지는 데이나의 순수한 모습, 수줍음, 콤플렉스. 앨리스와 데이나의 달콤 쌉쌀한 관계, 앨리스의 성에 대한 끊임없는 수다, 쉐인의 고독감 등이 그려진다. 그런데 캐서린 모에닉의 팬들은 안타깝게도 그녀의 모습이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초반부의 몇 개의 에피소드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