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과 일본은 오타쿠의 한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영화 <전차남>이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그 인기를 과시했으며 미국에서는 주드 아파토우 감독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대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오타쿠의 활약은 스크린에서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전차남>이 영화에 그치지 않고 TV 드라마로까지 이어졌으며 미국에서도 CW에서 여름 시즌 <뷰티 앤 긱(Beauty and the Geek)>이라는, 미녀와 괴짜가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리얼리티 쇼를 편성해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2007-2008년 시즌 다시 한번 오타쿠를 조명한 프로그램이 편성되었으니 바로 CBS 시트콤 <빅 뱅 이론>이다.
CBS에서 2003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현재는 시즌 5를 방송 중인 코미디 <두 남자와 1/2>의 제작자 척 로리가 새롭게 내놓은 <빅 뱅 이론>은 타이틀의, 뭔가 어려워 보이는 우주론과는 달리, 두 공학 오타쿠와 미녀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이다.
파일럿을 잠시 보면 베스트 프렌드이자, 룸메이트, 동료인 두 과학자 레너드와 쉘던은 어느 날 옆집으로 미녀 페니가 이사오면서 변화를 맞는다.
여자한테는 도무지 인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기 힘든 레너드가 페니에게 넋을 잃은 것이다. 어떻게든 페니와 친해지려 하는 레너드. 하지만 어쩐지 그녀 앞에만 서면 할말을 잃는 레너드는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는 쉘던의 존재로 그녀와의 사이는 더 험난해 보이기만 한다.
척 로리의 새 코미디는 <두 남자와 1/2>에서처럼 두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더 나아가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Nerd라는 머리는 좋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두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온 미녀의 등장으로 인해 새 영역에 발을 디디고 자신들과는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Smart is new sexy"라는 프로그램 캐치프레이즈처럼 레너드와 쉘던 그리고 그 친구들의 괴짜 행동이 30분간 폭소를 연발시킨다.
2007년 9월 24일 시리즈 파일럿을 방송한 <빅 뱅 이론>은 957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에피소드 4가 방송된 후인 2007년 10월 19일 22 에피소드 풀 시즌 방영이 결정된 2007-2008 시즌 첫 코미디가 되었다.
하지만, 미 각본가협회(WGA) 파업으로 인해 에피소드 8 방영 후 잠정 휴지 상태에 들어간 <빅 뱅 이론> 2008년 2월 14일 공식적으로 시즌 2의 제작이 공표되었고 2008년 3월 17일부터 30분 빠른 8시로 시간대를 바꿔 1시즌의 남은 에피소드의 방송을 시작했다.
한편 2007-2008 시즌 공교롭게도 NBC에서도 너드(nerd)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척(Chuck)>을 편성해 같은 월요일 밤 CBS와 시청률 경쟁 중으로 2008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TV 코미디 시리즈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퀄리티 면에서는 <빅 뱅 이론>을 앞서는 <척> 역시 2시즌 제작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상태여서 오는 가을 다시 붙게 될 <빅 뱅 이론>과 <척>의 경합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