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연을 간직한 어느 모텔 룸. 그곳은 시공을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공간이다.
본래 그 방 안에 있던 물건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넣고 문을 닫았다가 열어보면, 그것은 어디론가로 사라져있다. 또한, 그 방 안에 있던 물건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세상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그 방의 열쇠, 몇초간 시간을 멈추는 빗, 낯선 공간에 뚝 떨어뜨리는 버스표,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팬, 동전을 나오게 하는 볼펜, 과거로 되돌리는 시계 등등.
사건을 수사하다 우연히 그 열쇠를 손에 넣게 된 형사, 주인공은 그 방 안의 물건들을 노리는 범죄 집단, 수집가, 신흥 종교 집단 등 다양한 무리들에 연결되어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게다가 주인공의 딸이 그 방 속에 들어갔다가 사라져서, 되찾아야 하는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총 360분의 삼부작 드라마인 이 영화, 아니 드라마는.. 멋지다!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토리, 몰입도 최고의 구성 그리고 점점 그 끝을 알 수 없는 스케일까지.
미스터리 스릴러와 공상 과학과 호러를 넘나들며 잠을 못자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매니아층을 만들기에 충분하게 느껴질 정도.
딸을 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본 축으로 하지만, 오히려 그 <방>의 실상을 알게 될수록 더더욱 커다란 세계를 만나게 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물건들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무리들이 서로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그 물건들이 모이면 더더욱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을 이용하려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물건들에 경배하는 종교 집단 또한 그 세력을 넓히고. 가장 드라마틱하며 놀라운 이야기는 그 방이 간직한 사연. 흑백 사진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는 듯한 놀라움을 준다.
허나, 이 모든 흥미로움과 재미와 놀라움과 경탄할 만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역시, 구성의 태생적 한계랄까, 아쉬운 점은,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이토록 커져버린 스케일을 어떻게 주워 담아 마무리할까 내심 궁금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역시, 결말이 좀 서둘러 맺어진 감이 있어 아쉬웠다. 그 다양한 무리들과 그 사연들을 훨씬 더 깊게 들어가도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정말 더 깊이 들어가다간.. 그 끝이 어떻게 날지 짐작조차 어렵기도 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