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브레이크>는 2005년 가을 새 시즌의 선두로 편성된 FOX의 새 프로그램이다. FOX는 10월에 MLB의 플레이오프, 리그 챔피언쉽, 월드 시리즈를 중계하기 때문에 관례인 9월 하순에 타 네트워크와 나란히 하지 않고 그 이전에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 요 몇 년간 거듭되고 있다. 이 때문에 8월에 시작하는 시즌 새 프로그램이 많다. <프리즌 브레이크>도 그 중 하나이다.
가장 발 빠르게 편성되는 새 시즌의 새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프리즌 브레이크>는 여기에 한층 더 프로그램의 참신한 내용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우선 먼저 프로그램 타이틀만 봐도 <프리즌 브레이크>, 즉 '탈옥'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으로 1시즌 동안 형무소에서 탈옥하는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FOX는 <24>의 방송 초기에도 그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역시나 생긴지 얼마되지 않는 신생 채널답게 타 네트워크와는 편성에 대한 감각이 달라 보인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시작은 이렇다. 서두에 갑자기 주인공 마이클이 무모한 은행강도짓을 일으키고 바로 체포되어 형무소에 들어간다. 이것이 스토리의 목적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그럴싸하게도 형과 같은 형무소로 보내진 마이클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탈옥 계획을 꾸민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마이클을 방해하려는 죄수도 있고 도우려는 죄수도 있으며 간수의 경비도 삼엄하다. 여기에서 마이클의 수감과 동시에 카메라는 거의 형무소를 벗어나지 않고 주인공의 탈옥까지의 과정을 찍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상상할 것이다. 즉, 우리가 상상하는 프로그램 내용은 <알카트라스 탈출(Escape From Alcatraz, 1979)>이다. 혹은 <쇼생크의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도 좋다. 요는 형무소 안을 그린 드라마를 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한 시간 내내, 그것도 1시즌 동안 전부 형무소만을 찍는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이치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그런지 <프리즌 브레이크>는 대략 3분의 1정도의 시간은 장벽 밖의 세계, 즉 우리가 사는 바깥 세상 이야기도 그려진다. 이 바깥 세상에서는 마이클의 형 링컨을 함정에 빠뜨린 이들과 그 진상을 쫓는, 마이클의 협력자들도 나란히 그려진다. 그리고 그 진상을 파헤치려는 자, 이른 바 마이클을 돕고자 하는 자들은 차례차례 희생되어 간다. 한편 마이클의 탈옥 준비는 서서히 진행되어 최근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마이클의 선동으로 형무소 안에 폭동이 일어난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형무소를 탈출해 그 후에는 복수극으로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마이클로 분하는 이는 <휴먼 스테인(2003)>의 웬트워스 밀러로 <휴먼 스테인> 때도 굉장히 깔끔한 미남배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형 링컨으로 분하는 도미닉 퍼셀은 3년 전 UPN의 시리즈 <존 도(John Doe)>에서 기억을 잃은 천재 주인공을 연기한 바 있다.
형무소 내에서는 죄수의 보스적인 존재인 존 아브루지에 피터 스토메어가 분하고 있다. 또 남자들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외부에서 마이클과 링컨을 돕는 존재로 여성이 포진하고 있어 밖에서는 문제의 진상을 파헤치는 변호사 베로니카 역에 로빈 터니가, 형무소 내의 여의사 사라 역에는 사라 웨인 캘리즈가 분하고 있다.
총제작지휘의 한 사람으로 크레딧 되어 있는 이는 <레드 드래곤>의 브랫 래트너로 파일럿 에피소드의 연출도 담당했다.
이 프로그램의 무대는 일리노이주로 되어 있는데 전 일리노이 주지사인 조지 라이언은 지난 2000년 3월 사형집행의 일시 중지를 선언하고 사형제도 개혁을 위한 사형위원회를 설치했던 일이 있엇다. 그리고 사실상 현재 일리노이주는 사형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즉, 링컨이 사형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이 허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무대를 미국에서 가장 사형에 처해지는 사람이 많은 곳인 텍사스로 옮기고 형무소는 저 사막 한 가운데로 했으면 더욱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