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구정이 지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설날을 무척 기다렸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세뱃돈을 받아서 치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말 한 짝일망정 설빔을 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이며
군것질거리가 다양하게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집안의 어른들이나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
를 하고, 새옷을 입고 성묘를 다녀 왔습니다.
이런 것보다 더 좋은 것은 하루 종일 친구들이나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친척들과 같이
놀 수 있다는 사실과 나이가 한 살 더 먹으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확인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살 더 먹기 위해서 떡국을 악착같이 먹었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설날은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 집에 모여 노는 것은 즐겁지만, 설날 연휴가 길어지면 지겨
워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설날이나 세배의 의미보다는 세뱃돈을 먼저 챙기고,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에 성묘는 꿈에도 꾸질 못합니다.
어른들 역시 특히 여자들은 설날 내내 음식 준비와 음식 차리기에 진을 뺍니다.
(사실 저도 특별한 많은 일을 하지 않지만 왜이리 힘이 드는지...)
손님들이 설날 내내 끊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설날이 되기 전부터 집안의 여자들은 아프기 시작하여, 끝나고 나면 몸살을 되
게 앓게 됩니다.
올 설날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신정에는 아직 구정이 오지 않았다고 자위하지만, 구정 설날에는 더 이상 이런 변명을
할 수도 없게 되잖아요.
그러니 설날이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언제 다시 예전의 설날처럼 흥겹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요?
교수님!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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