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Thu, 26 Apr 2001
교수님
이제 한낮은 완전히 여름 날씨예요. 이처럼 봄이 짧아지고 긴 겨울과 앞으로 지겹도록 길 여름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 면박을 당했어요. 이제야 그런 것을 느꼈냐고 말이예요. 아마도 어제 오늘의 일상에는 민감하지만, 작년 올해에 걸치는 긴 시간에는 둔감한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감상적이 되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고 하던데 말이예요.
비교적 저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스스로 자부하였건만, 그 자부가 정말로 스스로의 자부였나 봅니다.
생활의 꽃포기 --- 안용만
초록빛 물도는 봄은 강남제비,
노란 주둥이에 물고온 꽃소식에 피었고.
속삭이는 그 노래 재재비비우는 즐거운 은방울 구르는
조춘의 '톤'--
처마끝에 앉은 백흑 빛깔인 새(鳥)의 꽃 보표(譜表)에 젖어
추억이 얼키어지는 곡조가 마디마디 빛난다.
봄 제비에
너는 압강(鴨江) 지구를 넣어가는 '나빠(菜葉)' 복에 머쉰유(機械油) 묻은 동무들에게
장미도 아로새기던 내 요람,
무장야(武藏野)의 봄 품에 안기운 성서(城西)의 기록을 이야기시키려는 것이냐
이러한 달가운 순식간 후...... 또 어디로 빚나오르는 대기 속에 날러갔다. 남극의 즐거
웁던 시절,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 '꽃의 집' -- 그곳 전령인 옥(玉)같이 가벼웁고 날래게.
이제 노을빛 기어 저녁 교차로 나와 이 집에 찾아올 뉘들에게
나는 들려주겠다. 젊은 날을 물들이던 그 집의 아름다움
삽화의 한가닥 서정을......
내 사랑하는 '다마짱......' -- 옥의 얼굴에
빨구려하게 피어 움볼(壓面)이 단홍색 저고리보다도 곱고......
해죽이 뽀개인 입술에 젖어
앵도알의 향내에 아롱지어 풍기던
열화로 불타는 입 속에 쌓인 웃음의 -- 고이 간직하여 두었던 이야기를
옥아, 네 요람은 북국의 마실
그리운 초가집 -- 종달이 노래가 꽃바구니 낀 어린 기억 위에 맺히고 실개천 흐르는
담 안에 핀 복숭아꽃에 자랐다더니
그때는 분회의 레포로 생활의 설계를
젊은 날의 기쁨 위에 수놓았고
꽃의 집이란 이름인 다섯 동무가 있던 그의 취사당번
우리 둘 사이의 파란 희망의 액즙에 젖어 순드던 사랑의 싹 속에서 회상 속에 떠오르
는 축복받은 그 날도
너는 약조맞춘 뒤 남은 교통비 14전을 안고 함박으로 피운 웃음의 얼굴로 돌아왔었겠
다.
새벽일로 나갔다. 맑은 이슬과 꽃망울과 향내를 상량히 안고온 후곡으로나
밤일의 전주로의 황혼의 때......
내음새 피우며 네가 만든 밥맛(味)이 이곳 생활을 어떻게도 윤끼 돋우었던가
그날은 '다마짱'의 선물...... 찬밥에 된장 비벼먹을 차례던 것이 '아부라야기(油燒
飯)'였다.
노래 소리, 떠도는 웃음, 빠드득 타는 기름내 -- 써는 '카베츠'......
찬밥덩이 끊는 아부라에 넣고 '카스메-톨' 올릴 때 우리 입맛도 높아진다)
으 -- 거칠은 살림의 입김 속에서 정열의 6첩 방에 담뿍, 피였던
웃음의 꽃포기에 강남의
봄날의 것 --
참말로 곤란한 사업이었다.
잠도 편안히 못자고 뜨거운 사랑의 입김 속에 사는 동무들 얼굴에
이향에서 헤매는 청년들에게 안어다 준 웃음......
저녁 노을 빨간 빛깔에 아름다웁게 파동하며
즐거움에 찬 호흡과 얼켜 물들이던 기쁨을 남겨 가져온 14전이 선물로 주었었구나.
그러나 나의 들려주던 서정은 --
이보다 더 어여쁜 강남의 회억에 잠길 때마다 찾아오는 장미 마지막으로 들려주겠다.
신록의 5월,
빛나는 기념의 날을 아뢰는 서곡인
파란 그 계절에 열리는 앵도알의 새빨간 색채에 어리운
향내 나는 옥의 입술의 미소,
'다마짱'이 즐겨 입던 다홍 저고리보다 곱게 피어오르던......
- 양볼에 새기는 웃음 자욱,
기쁨에 넘치는 눈동자의 초록빛,
...... 젖가슴에 안은 봄제비의 선율.
오오, 지나간 날의 역사 속에 적힌 하나의 '로맨'을......
그 때는 3월 달! 그 날마다를 새로운 계획 속에 보내던 봄밤에
'아부라야끼' 농담 속에 웃으며 먹고 회에 나갈 때 엷은 그 노래 곡조따라 옥의 휘파람
이 들려왔었다.
동무들아, 끝맞은 이 자그마한 노래의 여운을 굴려......
딴 제비 한놈이 또 와서 지저귀노나,
무쇠의 부서를 다듬는 보드라운 자장가로 만들려는 그 노래를 축복하며......
생활의 강반, 아리나레(鴨江)의 물살에 석양이 엷고 --
또다시 다음 날 강남의 꽃들을 한아름 엮어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