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ject: Date: Thu, 07 Feb 2002
"그리운 이름을 나직히 불러보며" ---이 정하 에세이의 『우리 사는 동안에』중에서
무작정 밤 열차를 타본 적이 있습니다.
플랫폼의 가로등이 소슬히 비에 젖고 있을 때
비옷을 입은 역수가 발을 흔드는 것을
무심코 본 적이 있습니다. 삶이란 것도,
내가 그리워 한 사랑이란 것도 저렇게
배웅을 받으며 떠나가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밤 열차에 몸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쓸쓸했습니다. 산다는 것이 때로는
까닭모를 슬픔을 부여안고 떠나가는 밤 열차같은 것이어서,
늘 더듬거리고 조심스럽기 일쑤지만
차창 밖으로 비껴가는 밤 풍경과
멀리 반짝이는 한 점 불빛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넉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우리가 언제 혼자가 아니었더냐?
사는 모든 날이 늘 무지개 빛으로
빛날 수만은 없어서,
그래도 절망하고 가슴 아파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리웠던 이름들을 나직히 불러보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람불고 비 내리고 무지개 뜨는
세상이 아름답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아파하는 삶이 아름답기에.
별이 구름에 가렸다고 해서
반짝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서로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 결코 식은 것은 아니기에.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교수님 안녕하세요?
모처럼 만에 에세이집을 읽고 교수님께 낭송을 해주고 싶어 올립니다. 아마도 저처럼
교수님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글이 교
수님에겐 정말 가슴 속 깊이 와 닿을 겁니다. 왜냐하면 교수님처럼 사랑과 인생에 애
착을 갖고 계신 분도 드물거든요. 참 지금 미국에 계신 건지 한국에 계신 건지 궁금하
네요. 소식 좀 전해주세요.
02, 2, 7 사랑스런 제자 윤송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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