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 비교 - Great Expectations 1946년 작과 1998년 작(인물 중심)

1946년도 작품: 핍(주인공), 맥위치(탈옥수), 헤비셤(갑부부인), 나머지 인물들은 이름 동일

1998년도 작품: 핀(주인공), 러스티그(탈옥수), 딘스무어(갑부부인)

촌뜨기에서 신사로

1946년도 작품에서의 핍은 어쩌다 운이 좋아 런던에서 부를 누리게 되는 촌뜨기일 뿐이다. 그는 곧 부자들의 생활에 적응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순수했던 본래 모습으로부터는 멀어져 갈 뿐이다. 그의 런던집에 자기를 아끼면서 키워 준 매형 조가 방문했을 때 불안해 하고 자신이 부를 누릴 수 있게 해준, 즉 그의 부유한 삶의 이유인 맥위치(탈옥수)가 와서 자기를 재워달라고 할 때에는 경계하고 머뭇거린다. 한마디로 핍은 돈이 생기고 나서부터 배은망덕한 놈이 된 것이다.

1998년도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은 벌어진다. 첫 개인전에 조가 찾아왔을 때 그의 속된 매너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고 핀을 난처하게 만들 때, 핀은 그를 감싸주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이 올 자리가 아닌데 왜 왔느냐는 듯 부모 같은 마음으로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려고 온 조를 매정하게 내쫓는다. 이는 핀이 뉴욕에 사는 촌놈으로서의 열등감으로 주변을 의식하기에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행동이지만, 1946년도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의 집을 방문함으로써 언제 그랬냐는 듯 갈등은 해소된다.

에스텔라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핍

1946년도 작품에서는 핍과 에스텔라의 애정전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릴 적 저택 정원에서 허버트와의 권투시합에서 이겨서 에스텔라의 볼에 키스할 기회를 얻은 것 이외에는 둘 사이에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즉 핍이 에스텔라를 평생 동안 마음에 담아둘 구실이 부족하다.

반면 1998년도 작품에서는 에스텔라가 의도적으로 핀에게 키스를 함으로써 사랑은 싹트기 시작한다. 좀 더 커서는 핍이 우연히 에스텔라를 리월드네 파티로 에스코트를 하는 것을 계기로 에스텔라가 핀의 육욕에 불을 지피고 훗날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펼쳐지면서 그들의 사랑은 점점 현실화된다.

나쁜여자 에스텔라

1946년도 작품에서의 에스텔라는 굉장히 도도하고 고집센 여자로 그려진다. 그녀는 끝까지 핍을 남자로 보지 않는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심지어는 핍에게 너는 나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며 핍의 열정적인 마음을 냉정하게 짓밟기 일쑤다. 마지막 장면에서 핍의 거친 행동에 정신을 차리고 그제서야 핍의 손을 잡아주지만, 아마 핍의 그런 행동에도 꿈쩍하지 않았다면 핍은 충격을 받아 자살했을 지도 모른다.

1998년도 작품에서의 에스텔라는, 1946년도 작품에서의 특징과 더불어 인간적이고 핀을 잘 이해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핀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그에게 분수대에서 키스를 함으로써 그녀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또한 계속 그럴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핀이 결코 그녀를 마음으로부터 지울 수 없을 것이란 걸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1946년 작품의 단순한 모습보다 더 잔인하다고 할 수 있다. 1946년 작품에서는 단순히 핀에게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만 1998년 작품에서의 에스텔라는 뻔히 핀의 마음을 알고도 쉽게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핀과 단둘이 있을 때 한창 달아오르게 만든 후에 끝을 맺지 않고 번번히 핀을 아쉽게 만든다. 매번 유혹은 그녀가 하지만 핀은 닭 쫓던 개처럼 지붕만 바라볼 뿐이다. 물론 한 번은 둘이서 사랑을 나누지만 그 후에 에스텔라는 월터(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함으로써 또 한번 핀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

에스텔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1946년도 작품의 헤비셤부인의 특징은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이다. 아이들을 집안에 데려다 놓고 뛰놀게 하는 모습은 마치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의 독특한 취향을 생각나게 한다. 그녀에 대한 뒷이야기는 1998년도 작품에서와는 달리 내용이 전개됨에 따라 천천히 밝혀진다.

1998년도 작품에서의 딘스무어부인은 좀 더 활달하고 또한 감정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핀과의 첫 대면에서 에스텔라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묻고 핀에게 해주는 말은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사랑에 빠지는 건 비극이야, 장담하는데 상처가 아무리 커도 넌 저 앨 포기 못 해.”) 그것은 딘스무어부인의 남편이 될 뻔한 남자에 대한 복수이자 에스텔라를 통하여 세상의 모든 남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그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Great Expectations라는 두 단어가 두 영화에서 가지는 각각의 두 가지 의미

Great Expectations가 1946년도 작품에서 1. 핍이 맥위치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2. 그의 딸인 에스텔라를 의미한다면, 1998년도 작품에서는 1. 핀이 러스티그(탈옥수)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2. 핀에 대한 러스티그의 기대(Expectation)를 의미한다.

1946년 작품에서는 맥위치가 핍이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부와 사랑하는 여자 둘 다를 핍에게 선사한다. 비록 맥위치가 교수형을 선고받은 직후부터 재산은 물려받을 수 없게 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맥위치로부터 얻는 꼴이 되면서 핍의 복받은 인생은 이어진다.

1998년 작품에서의 러스티그는 수십 년간 간직해 온 핀의 그림책을 보고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눈치채어, 핀이 어른이 되자 유명한 화가로 만들어 주었다. 핀에 대한 러스티그의 그러한 원시안이 없었더라면 10년도 넘게 그림을 그리기를 그만두고 강에서 고기나 잡던 핀에게 느닷없이 유명화가가 될 기회가 찾아올 리 없다. 즉, 이 작품에서의 Great Expectations이란 핀의 물질적 부를 의미하는 사회적 성공뿐 아니라, 러스티그가 핀의 어릴 적 모습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됨됨이를 일찍이 알아채고 대성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하는 또 다른 의미의 Expectation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