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깔려라, 제발.”

“웃기지 마라, 내가 왜 인간한테.”

“지금까지 계속 나만 깔렸잖아!”

안간힘을 다해 위에서 디오에게 몸을 들이대는 지크와, 아래에서 그런 지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디오.

과연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저번에 처녀를 빼앗기고(혼자만) 그 뒤로 쭉 여자역만 맡아 굉장히 자존심 상해있던 지크가, 오늘도 어김없이(혼자만)남자역을 맡으려는 디오를 보고 마침내 폭팔한것이다.

그래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받아간만큼만 줘라 이건데, 이 씹어먹을 마족놈은 그게 싫다고 이렇게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브앤테이크 몰라, 기브앤테이크? 저번, 아니 지금까지 계속 내가 대줬으니까 이젠 네가 대줘야할 차례지!”

“기브앤테이크고 뭐고 마계엔 그딴법 없다. 정 하고 싶으면 힘으로 해봐.”

“이자식이 진짜..!”

죽을힘을 다해 손에 힘을 줘도 파괴의 손이 도통 밀려날 낌새를 보이지 않자, 지크가 쯧하고 혀를 찼다. 마족놈 팔 힘 센 줄 알았지만 설마 이정도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소싯적, 팔씨름내기에서 한번도 패해본 적 없는 이 몸이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인정하긴 싫지만, 이마에 땀나는걸 이제서 눈치챘을 정도로 이녀석 팔 힘은 진짜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꽤 재미있네? 역시 사내놈들끼리 붙으면 힘겨루기를 해야.. 아니아니, 이게 아니지. 원래 목적은 이게 아니잖아. 난 오늘 어떻게 해서든 이놈을 깔아야한다. 반드시!

“이 지크 엉아가 쿵찌쿵찌로 보내줄테니까 그냥 얌전히 깔려라, 애기야. 응?!”

“미안하지만 하이랜더, 너랑 나, 나이차 별로 안나. 엄밀히 따지면 내가 너보다 연상일거다.”

“젠장, 이렇게 되면 아래만이라도..”

지크가 맞잡은 손은 그대로 둔 채, 자신의 하반신을 디오의 하반신에 대고 비비적거렸다.

“윽.. 하이랜더 네놈..”

“시끄..러..윽.. 깔리는 기분은 어때?”

“너..으윽..”

힘이 부쳐 끙끙댔던건 어디가고, 지금은 이렇게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소리만이 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래에 있는 디오의 볼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본 지크가, 하반신 비비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먹이를 받으려 솟아오르는 코끼리 아저씨의 코처럼, 디오의 앞섬도 점점 위로 솟기 시작했다. 그럼 지크는? 두말 할 필요 없다.

지크와 디오의 코끼리 아저씨 모두, 세상 빛을 보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기처럼 어서 나를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몸부림쳤다.

“아.. 진짜.. 너무 좋아..서..이대로..할 것 같..아.. 아...”

“우리 지금 옷입고 있단거..윽..잊지마라..하이랜..윽...”

밀어붙이는 속도를 빨리 하면 할수록 파괴의 손힘이 약해져, 이때다 싶은 지크가 디오에게 덤벼들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대응하지 못한 디오의 손이 완전히 바닥에 눌려버렸다. 그것을 본 지크가 이겼단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괜찮아, 형아 믿지. 그러니까 얌전히..”

“비켜!”

구렁이 담 타듯 스리슬쩍 옷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지크의 배를 향해 디오가 하이킥을 내질렀다. 그런데..

“어..? ..어?! 뭐, 뭐야?!”

아뿔싸. 차려고 내질렀던 다리가 접혀, 종아리로 지크의 배를 받치고 있는 꼴이 되버렸다. 누가 옆에서 보기라도 하면 그 모습은 마치...

“와, 두 분 떴다 떴다 비행기 하세요?”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아르메가 어느샌가 지크와 디오 곁에 다가와 감탄하고 있었다. 그 날, 이 쪽팔리는 모습을 남에게 보였다는 수치심 때문에 (프라이드 높은 마족)디오는 (물론 마음속으로)울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불청객) 때문에, 이번에도 남자역을 하지 못한 지크는 진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