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기에 이르러 건망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건망증은 기억력 장애를 보이는 증상을 전반적으로 일컫는 것으로 특정한 질병을 지칭하는 용어는 아니다. 건망증의 빈도가 낮거나 사소한 내용에 국한될 경우는 양성건망증 (benign forgetfulness)이라 하여 정상인에게서도 종종 관찰될 수 있다. 이 경우는 필요할 때마다 기록을 남긴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중년 이후에 기억력의 장애를 보이는 경우는 흔히 치매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만성스트레스 및 수면부족의 경우 또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신경정신과적 질환에서도 이러한 일시적인 기억력의 장애를 보일 수 있다.
치매는 단지 기억력의 장애 뿐만 아니라, 언어력·지남력(指南力)·시공간 인지력·판단력 등의 다발적인 인지기능의 장애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치매의 초기에는 기억력의 장애가 주증상을 이루고 다른 인지기능의 장애는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므로 초기치매와 건망증의 구별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 기존의 신체적 질환 또는 기억력의 장애를 유발하는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하지 않으면서 이전과 달리 건망증을 보이거나 그 빈도가 잦아지는 등의 증상이 점차 진행하는 경우는 치매 초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정신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는 기억력의 장애 이외에도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어 노인들이 우울증으로 처음 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반드시 치매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경우에 인지기능의 장애를 동반하므로 우울증의 상세한 임상경과의 관찰과 인지기능 평가를 통하여 치매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우울증을 치료한 이후에도 인지기능의 검사를 재실시하여 인지기능의 감퇴가 단순히 우울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치매에 의한 변화인지를 추적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치매의 예방 및 조기발견
치매의 다양한 원인 중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초기증상으로 기억력의 장애가 두드러지나 단순한 건망증과 구별되는 점은 언어의 장애 및 시공간능력의 장애도 초기에 동반되는 것이다. 기억력 장애 이외의 이러한 인지기능의 장애는 치매의 초기에는 일반인에게는 쉽게 관찰되지 않고 전문적인 신경심리학적인 검사나 PET 등의 뇌영상촬영 검사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감별을 목적으로 전문의를 찾아와 상기한 검사상 의심되는 소견이 발견되나 임상적으로 치매의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도 6개월 내지 1년 간격으로 추적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치매의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치매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이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으나,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몇가지 요인들에 대한 주의와 관심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노령 및 저학력은 치매의 위험요인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데, 이외에도 흡연·알코올·두부외상 등도 주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치매의 유전적 위험인자로 이미 보고된 바 있는 아포지단백질(ApoE4)을 비롯하여, 실제로 치매의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발견 가능한 생물학적 변화로서 아밀로이드 단백질, 프리세닐린 및 타우 단백질 등의 생화학적 지표 (marker)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이를 확실히 규명함에 따라 치매를 의심하거나 치매 발병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이러한 지표의 유무를 미리 확인하여 치매를 미리 예측하고 나아가서는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한다.
치료
치매는 그 원인적 치료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나, 초기에 이를 발견하면 인지기능감퇴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기억력의 완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약물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이것은 뇌의 아세틸콜린 활성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 항아세틸콜린 분해효소인 태크린 (Tacrine), 아리셉트(Aricept) 등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콜린성 약물들과 항아밀로이드제들이 앞을 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아스피린 등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비타민 C나 비타민 E 등의 항산화제(antioxidant) 등이 치매에 대한 예방효과를 보인다고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경미한 정도의 기억력 장애만을 보이던 노인이 배우자 사별 등의 과도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또는 직장에서의 만성적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치매의 임상적 증상들을 확연히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심리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이 치매의 임상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치매의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건망증에 대한 대처방법에도 긴밀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시사된다.
다시 말하면, 건망증과 같은 기억력의 장애를 보이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휴식 및 정서적 안정과 만성스트레스의 감소 등이 치료 및 대처방안의 기본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정상노인에서 뿐만 아니라 치매환자에서 일주기리듬의 이상변화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치료방법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즉, 일주기리듬 변화와 연관된 수면장애의 영향으로 인하여 건망증을 비롯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올 수 있으므로, 야간의 수면을 정상화시키고 주간의 제반활동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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