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야만 눈치 보지 않고 불법영업을 할 수 있었다. 경찰서 직원들과 야유회도 여러 번 갔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야유회를 가는 건 정말 철인이라도 견뎌내기 힘들 정도였다.

  ‘북창동 쇼’의 파괴력

  안산에 온 지 2년, 나는 빚 2500만원을 안고 여러 가게를 옮겨 다녔다. 그 사이 남자들의 변태행각은 더 심해졌다. 서울 ‘북창동’에서 흘러들어온 갖가지 행위가 영향을 끼쳐 남자들은 테이블에서 벗고 노는 건 기본이라 생각했다. 손님들은 쇼를 원했다.

  계곡주, 바나나주, 유두주…. 노 팬티, 노 브라로 룸에 들어가는 아가씨, 미시도 많았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테이블에서의 성관계도 가능했다. 샤워시설도 없는 룸 안에서 1대 2 성행위도 가능하니 술 마시고 노래하는 룸은 그야말로 시시한 곳으로 남게 됐다.

  내가 일하는 룸살롱에선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매출이 없으니 나도, 아가씨들도 죽을 지경이었다. 갚아야 할 선불금이 많은 아가씨들은 슬슬 안마시술소나 휴게텔로 빠져나갔다. 생리휴가 1주일을 제외하고, 하루 10∼12명을 받으면 월 800만∼900만원을 벌 수 있다. 처음엔 안마를 배우는 비용 50만원을 내고 화대의 절반을 업주에게 줘야 하지만, 그래도 룸살롱보다 돈벌이가 좋기 때문에 그쪽으로 아가씨들이 몰렸다.

  룸살롱이 한물가면서 대신 ‘룸 보도’가 성행하게 됐다. 이제 아가씨들이 룸살롱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있는 룸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가씨들이 ‘보도’를 선호하는 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룸살롱은 결근비, 지각비, 그밖에 각종 벌금을 물어 아가씨들을 힘들게 했다.

  다시 2∼3년이 훌쩍 지났다. 룸의 매출이 줄어드니 업주끼리 마담을 바꾸는 통에 이 가게 저 가게로 옮겨 다녔다. 그 사이 빚은 선불금 3500만원에 외상술값을 합쳐 6000만원 정도 됐다. 차용증을 써주고, 등본과 인감을 맡겨놓는 것으로도 모자라 협박에 시달렸다. 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날짜를 정해놓고 “선불금의 절반을 갚지 않으면 땅속에 묻어버리겠다”며 협박했다. 손님 불러오라는 업주의 원성이 꿈에까지 쫓아왔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그나마 참을 수 있었는데 정신적인 고통은 나를 한계에 다다르게 만들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인천여성의 전화’를 알게 됐다. 하늘이 주신 기회 같았다. 빚 6000만원, 그중 내가 쓴 돈은 10%도 안 된다는 게 너무 가슴아프다. 업주와 아가씨의 중간에서 행한 모든 행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성구매자는 성산업의 연료

  이 밖에도 탈성매매 여성들이 털어놓은 추악한 성구매자 사례는 많다. ‘긴밤’을 끊고 밤새 관계를 요구해 총 7번을 하고, 약속된 시간을 30분 남겨놓고 더는 못하겠다고 거부하니 돈을 되돌려달라는 남자. 여관으로 불러선 계속 몸을 애무하기만 하고 사정은 안 하는 일명 ‘돌돌이’. 화장해달라, 여자처럼 대해달라며 자신의 항문에 손을 집어넣게 하는 ‘항문 변태’. 스타킹으로 자신의 성기를 묶고는 욕을 해달라고 하던 유명인사. 2박3일 동안 함께 여행해놓고 티켓비 90만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긴 경찰.

  한 여성은 자신이 겪은 변태 사례를 10여 가지로 정리했다. ▲‘풀’(성구매자가 갈 때까지 함께 있는 것)을 지불하고 아침이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환불해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 ▲환불해 가면서 정신적인 피해 보상으로 지급한 돈의 몇 배 받아 챙기기 ▲상대를 때려 만족하기(돈 주고 때리는 거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침대에 오줌 누고, 물건에 물 뿌리고 가기 ▲항문으로 성관계 하자고 고집하기 ▲이상한 기구를 질에 삽입하려 하기 ▲고위공직자를 사칭해 괴롭히기 ▲그룹 성관계 요구하기 ▲사정하고도 안 했다고 우기기 ▲성관계 도중 휴대전화로 사진 찍기.

  인천여성의전화측은 “성매매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는 것이니만큼 성매매 근절의 관건은 성구매자에 의한 수요 차단이며,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임숙일 대표는 ‘토론회에 부치는 글’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구매자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꼬집으며 “성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성매매 여성을 둘러싼 착취 고리와 여성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파편화했으나 성매매 문제의 본질은 성구매자이며 성구매자야말로 성산업을 끊임없이 가동시키는 연료”라고 주장했다.

  ‘강강술래’에 머물고 있는 탈성매매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백이 아직도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덫에 걸린 채 하루하루 지옥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스스로 일어서는 길을 찾지 못한 성매매 현장 여성들이 하루빨리 새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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