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5월 김씨는 범단 혐의로 재구속됐다. 신우회라는 ‘종교 모임’을 결성했는데, 검찰이 이를 범죄단체로 규정한 것. 이는 경기도 파주의 오산리기도원에서 열린 신우회 기도모임에 수백명의 주먹이 참석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검찰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였다. 당시 신우회 모임에 참석했던 모씨의 증언.

“검찰이 얘기하는 것처럼 조직을 재건하려는 모임은 아니었다. 동생들을 신앙인으로 만들려는 형님의 과욕이 빚은 일이었다. 형님은 타고난 성향이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당시 뭣도 모르고 참석한 사람이 많았다. 나도 영문도 모른 채 달려갔다. 목사님 몇 분을 모시고 예배를 봤는데, 문제가 있긴 했다. 형님이 ‘아무개 목사, 여기 와서 찬송 몇 장 부르시오’ 하는 식으로 목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신우회 결성 당시와 지금의 신앙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우회 때는 신앙이 미흡했다. 초보 신앙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당시 신우회는 회원이 500명에 이르렀으며 간부가 16명이었다고 한다. 회비는 한 달에 100만원. 김씨는 신우회 회원 중에 ‘건달 동생’이 많았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우회 결성 후 싸움 한 번 하지 않았고 오락실 하나 뺏은 게 없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때는 솔직히 조직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하지만 좋은 일도 많이 했다. 한 달에 수천만원씩 모이는 회비로 소년소녀가장과 불우이웃 돕기를 했고 수해성금도 냈다. 그런 게 죄가 될 줄 몰랐다. 오락실 사장들이 (수사기관이) 세금포탈로 잡아넣겠다고 위협하니 나한테 오락실을 뺏겼다고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한 것이다. 당시 정부 당국에서 조용기 목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나를 잡아넣었다는 얘기도 있다.”

떠나간 동생들

1990년 재구속된 김씨는 징역 10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았다. 1986년의 5년형을 합하면 징역만 15년이었다. 거기에 1997년 공문서위조교사 혐의가 덧붙여져 1년 6개월이 늘어났다. 그때 그를 추가기소했던 검사가 바로 권상우 사건을 수사한 박충근 검사(현 서산지청장)다.

검찰 강력통 계보를 잇고 있는 박 검사는 주먹 수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전주지검 재직시엔 월드컵파 두목 주오Ｏ씨를 구속했고, 수원지검 강력부장 시절엔 과거 OB파의 칼잡이로 이름을 날린 조○진씨를 잡아넣기도 했다.

검찰에서 이 분야의 대부는 조승식 현 대검 형사부장. 1990년 김태촌씨 체포 당시 직접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조폭 수사의 전설’로 불린다. 하도 많은 주먹을 잡아넣어 주먹계에서 ‘해방 이후 최고의 악질 검사’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인 남기춘 검사도 김태촌씨, 조양은씨와 악연이 있다. 1990년 조승식 검사가 구속한 김태촌씨 후속수사를 맡아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김씨의 친구로 서방파 방계인 송정리파를 이끌던 이석○씨가 연루된 해외도박사건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1996년엔 출소 후 사회저명인사가 된 조양은씨를 무려 10가지 혐의로 재구속한 후 사형을 구형했다.

조양은씨는 1995년 출소 직후 “동생들과 함께 보디가드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다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다. 그 뒤 자서전을 펴냈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보스’)에도 출연했다. 그 즈음 주먹계에서는 “조씨가 선후배들에게 인심을 잃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의 동생들이 다 등을 돌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1996년에 이어 2001년 해외도박 혐의로 또다시 구속되자 ‘구제불능’ 소리가 나왔다.

그의 동생들 중 그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5년 3월, 15년 만에 세상에 나온 그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김모, 심모씨 등 충직한 동생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원래 조창○씨를 따랐던 김씨는 그 몇 해 전부터 조양은씨를 정성으로 받들었다. 골든벨 사건으로 4년형을 살았던 심씨는 “보스가 나오기 전엔 결혼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결혼도 미뤄둔 상태였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다 떠났다. 그 이유 중에는 조씨의 영화 출연도 있다. 당시 많은 동생이 반대했으나 조씨는 출연을 강행했다. 영화 속에 자세히 묘사된 ‘순천교도소 난동 사건’은 그가 재구속될 때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보스가 돼선 안 될 사람이었다”

1979년 조씨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응징당했던 박수○씨는 “조양은은 저 혼자 살기 위해 자기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동생을 다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15년간 방황했다는 박씨는 과거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조양은은 과거에도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내쳤다. 조양은 때문에 동생들이 산 징역을 합하면 200년이 넘는다. 그런데 그는 출소한 후 교도소에 있는 동생들 면회 한 번 가지 않고 저버렸다. 과거에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자신의 선배인 오종○의 복수를 한다고 해서 서방파 최규○을 찔렀다. 나는 집에 있다가 ‘빨리 칼 차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고 회칼을 신문지에 싸서 달려갔다. 건달은 공산주의사상을 가져야 한다. 공동 생산하고 공동 분배해야 한다. 돈을 벌면 나눌 줄 알아야 하는데 그는 혼자만 챙겼다.”

박씨는 “조씨가 동생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은 새 삶을 살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 아니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