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조양은의 두 얼굴이다. 위선적인 모습이다. 그는 출소 후 가면을 쓰고 살았다. 과거가 부담스러워 동생들을 끊었다면 정말 새 삶을 살든가, 아니면 숨어서 좋은 일을 하든가. 그는 주변에 늘 새로운 깡패들을 데리고 다녔고 술집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내세워 위세를 부렸다. 그를 위해 내 젊음을 바쳤다. 조양은 얘기를 꺼내면 가슴에 멍이 든다. 우리끼리 만나면 ‘사람 하나 잘못 만나 인생 망쳤다’고 얘기한다. 그는 보스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조직끼리 싸웠지 깡패짓은 안 했다”

조양은씨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또 다른 옛 동생은 박씨가 조씨에게 반기를 든 이유에 대해 “‘조깡’이 박수○ 대신 강영○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씨를 안 만난다고 했다.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영화 만들 때 주변에서 반대 많이 했다. 나하고도 싸웠다. 박정○ 습격 사건(골든벨 사건)으로 5명이 징역 갔는데 대부분 10년 이상 형을 살았다. ‘조깡’이 이들을 전혀 보살피지 않았다. 이름값에 비해 돈이 없다. 주식으로 몇 억 벌어 카지노로 탕진한 걸로 안다. 돈이 없으니 자꾸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다. 언젠가 내게 ‘두 번 다시 정선(카지노)에 가면 네가 내 형이다’며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조깡’이 억울한 면이 있다.”

조씨의 또 다른 옛 아우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경찰의 수사 내용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돈 갈취 혐의는 이쪽에서 받을 게 있는 건데 도리어 엮인 것 같다. 그리고 설령 폭행한 게 사실이라 해도 3년 전에 진단 3주 나왔던 걸 가지고 구속하는 게 말이 되나. 평범한 사람이라면 구속됐겠나. 유명세 때문이다.”

“조직끼리는 싸웠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깡패짓은 안 했다”며 유난히 ‘건달 철학’을 강조한 그는 “조양은이나 김태촌이나 세상에 자기를 알리고 싶은 과시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은이파 핵심 간부로 오랫동안 옥살이를 했던 그에게 조씨의 매력을 물어봤다.

“내가 좀 감펐다. 천방지축의 싸움꾼이었다. 여러 군데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는데 어느 날 조양은의 눈에 띄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을 위해 내 목을 바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 등 그의 모든 점이 좋았다. 윗 선배들도 그를 좋아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으로 알고 내 모든 걸 던졌다.”

그는 “조씨를 원망하는 동생이 많다”는 얘기에 대해 “나도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나도 사람인데 더러 왜 원망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나. 하지만 다 내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조씨와 사이가 안 좋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철학이 다르고 가는 길이 달라 만나지 않을 뿐이다. 서로를 위해 안 만나는 게 좋다. 사이가 좋고 나쁘고 할 게 없다”고 부인했다.

“그가 세인에게 좋은 평을 들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신앙인의 길을 걷는다는 약속을 자꾸 깨서 신뢰가 안 생긴다. 징역을 살면서 변한 것 같다. 예전에 좋았던 모습이 사라졌다. 노자의 ‘도덕경’에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말이 있다. 마음 비움을 강조한 말이다. 조양은이나 김태촌이나 마음을 못 비웠다. 자꾸 자기합리화를 한다.”

오락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씨는 한때 성인오락실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몇 년 전 자신과 친한 탤런트에게 준다며 오락기계를 구입하려 했다는 것. 강원랜드 주변에서는 연예인 출신 사업가가 조씨에게 도박비를 많이 대줬다는 소문이 있다. 주먹계 사정에 정통한 한 사업가의 증언.

“어쨌든 한때 대한민국 오야붕 아니었나. 카지노에 조씨가 나타나니 사업하는 사람들이 앞 다퉈 인사를 당기고 판돈을 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실망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영화 속에 나오는 오야붕의 모습이 아니더라는 거지.”

조양은씨와 김태촌씨의 관계를 잘 안다는 그에 따르면 조씨의 도박 소문이 김씨를 크게 자극했다고 한다.

“평생 라이벌 아닌가. 김씨는 조씨가 강원랜드에 가서 하룻밤에 몇 억씩 베팅한다는 얘기를 듣고 격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경쟁의식이 대단하다.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20~30대다. 30대 초반에 들어가 반평생을 보냈기에 그 연령대의 의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다”

다음은 조씨의 부인 김모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조씨가 카지노에서 수억, 혹은 수십억원을 날렸다는 소문이 있는데.

“말도 안 된다. 그럴 돈이 없다. 내가 잘 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