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위안
하늘 기우는 석양이
허전한 마음의 뜨락에
외로운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시간
비켜갈 수도,
넘어갈 수도 없는 한 그리움이 있어
차라리 감아버리는 눈
아픔으로 사위어 가는 영혼은
오늘도
따뜻한 불빛만 모여있는
작은 행복을 꿈꾸고
준비없던 빈 가슴에 가득히
차오르던 그 기쁨은
먼 훗날 어떤 이름의
추억으로 부활할까
하지만
다른 세월,
다른 세상에서나
그 사랑을 만난다는 건
참 쓸쓸한 위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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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음에,
영혼은 저 홀로
속절없이 야위어 가고
그래서,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은
세월 속에 모진 아픔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슬픈 것은
사랑을 잃는 일보다,
그 사랑과 함께 있지
못하는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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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긴 하지만
네가 내 앞에 서 있는 걸
상상만 해도,
난 눈이 부시다
속절없이, 그리움에 젖는
내 마음
언제나 꿈만 같아서
닿을 수 없는,
네가 싫다
간절한 사랑, 혹은
눈물의 표정을 닮은 얼굴도
절벽을 품은 나만의 외로운 몸짓
아름다운 이여,
먼 곳에 빛나는 그대가 있어,
누추한 나는 오늘도 쓸쓸하다
그래서, 나는 네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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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날
마음이 이미 이곳에서 떠나갔으므로,
몸도 따라서 떠나야겠다
혀끝 언어의 자갈밭 길은 이제 그만
태양이 검게 빛나는 날
불망(不望)의 삶과 모든 불행이
차라리 편해진 나는
일말의 아쉬움도, 후회도 없이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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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堅固)한 이별
아프게 주저앉은, 그리움
구겨진 사랑의 주름을 편다
멍든 가슴을 다림질한다
얼룩진 눈물이 증발한다
빈사(瀕死)의 가슴이길 희망하며,
지워지지 않는 이름도 지운다
빳빳하게 줄서는, 메마른 영혼
이제, 아무런 기쁨이 없어도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얗게 다려진 추억 위에
실어증(失語症)으로 남겨진,
삶
미련(未練)처럼 심장에 묶었던,
하얀 그리움마저
풀어 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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