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두려워하라” 누가복음 12:1-12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별 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괴로워하고 심각해지고, 심지어 죽어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예로서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소위 일류학교에 다니지를 못하게 되었다든가,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든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고 남들 보기에 부끄러운 사람과 결혼을 한다거나 하면, 괴로워서 잠도 못자고, 창피해하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온 가족을 괴롭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다른 것을 잘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또 꼭 일류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를 안다니고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테고, 또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지 자기 마음에 들고 자기가 만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으로 성공인 것이고,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자기가 좋아서 결혼해서 산다면 그것으로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를 못합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사람들을 의식해서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길을 가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이런 자세는 개인 생활에서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도 늘 문제가 됩니다. 자기 자신에게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되는데 그렇지가 못하고 늘 남을 의식해서 남들이 나를 뭐라고 하는가, 남들이 나를 인정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자기를 과장해 보이려고 애쓰다보니 피곤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처신을 하려니까 짜증스럽고 만사가 불만스럽게 됩니다. 자연히 만족이 없고 하는 일에 기쁨도 감사도 없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하여 자기편을 만들고 동조자를 만들고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만들려 합니다. 자연히 자기보다 더 인정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깎아 내려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이의 약점을 찾고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공동체를 분열시킵니다. 이들은 남들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남들이 자기를 무시할까봐 늘 불안해 있습니다. 참으로 어리서고 불쌍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들은 이와 유사하게 삽니다. 사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사람을 두려워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끝도 없고 한도 없는 허무한 노력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제각기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비위를 일일이 맞추려하다가는 매일 매순간 이랬다 저랬다 해야 하고 그래봐야 사람들의 조롱꺼리밖에는 되지를 못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태도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께서는 “바리새인의 누룩 곧 외식을 조심하라”고 하시며,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하는 자가 되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무리 수만 명이 모였을 때에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충동은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법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할말, 안 할말, 골라서 하고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 거짓을 말한다고 해도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며,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되어있으며, 숨긴 것은 알려진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기껏해야 육신을 죽일 수 있을 뿐인 인간을 무서워하지 말고 육신과 영혼을 모두 지옥에 던져 넣을 수 있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말은 얼핏 보면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는 말처럼 들립니다. 사람의 눈만 의식하고 살아도 이렇게 고달픈데, 내 행동뿐만 아니라 내 속마음까지도 다 아시는 하나님을 의식하고 살면 더 고달플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하나님은 속일 수도 없으니 꼼짝 달싹 할 수도 없이 부자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을 자유롭게 합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모든 것을 아십니다. 겉과 속을 아시고, 과거와 미래를 아십니다. 하나님이 이런 분임을 믿는 자는 하나님을 속일 수 없음도 압니다. 사람이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은 곧 하나님과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 대항해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자랑도 체면도 고집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알면 결국 자기의 모두를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하나님께 자기를 맡기게 됩니다. 그때에 그는 자유로워집니다. 하나님을 믿음으로 자유을 얻은 자는 세상의 모든 가치 척도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람들의 평가나 인정으로 부터도 자유로워집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이랬다저랬다 할 필요가 없고 거짓을 가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직 진실과 정직으로 하나님 앞에서 행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털 까지 세시는 분이며 참새 한 마리까지도 아끼는 분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자기의 독생자까지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내어주신 분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시는데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신앙이 순교도 가능하게 합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시는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는 신앙으로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용감하게 순교의 길을 갔습니다. 이 신앙으로 저들은 그 막강한 군사력과 정치력, 물질적인 풍요와 수준 높은 학문, 틀이 잡힌 법질서와 짜임새 있게 건설된 도시들, 고도의 예술과 문학을 즐기며, 과거의 어느 시대 사람들보다도 더 행복과 풍요를 누리며 살 수 있었던 시대에 살았지만, 저들은 그 시대가 주는 모든 행복의 조건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십자가에 죽은 예수를 믿는 신앙과 바꿀 수 없다고, 예수가 천하보다 더 귀하다고 고백하며 기꺼이 죽음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저들을 친구라 부르시며, 저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저들을 시인할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성령의 도움을 받을 것이니 죽음의 자리에 서는 것까지도 무서워하지 말라고, 우리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성령께서 우리를 도우십니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십시오.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세상의 두려움을 이기고 승리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8/22/10 한영숙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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