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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월 : 어째선지 나는 심사가 한 달 이내에 끝날 거라고 근거도 없이 굳게 믿고 있었다. 4월 말까지는 자는 와중에도 기다렸다. 이 소설을 쓰는 데 1년이 좀 넘게 걸렸다. 초고까지 전부 합해보면 대략 6000매를 썼는데, 그중 5000매쯤을 버려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그러느라 내 키보드
자판들이 반질반질 닳아서 글자들이 사라지고 까맣게 되었다. 그렇게나 공을 들였으니 잘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연락이 없기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노력이 전부 보상받는다면 세상은 세상이 아니고 유토피아나 천국이라 불렸으리란 걸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열심히 했어도, 쓰고자 했던 주제가 워낙 어려워서 나는
그중에 쓸 수 있는 걸 쓸 수 있는 만큼만 써야 했다.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넓어, 나는 거듭 타협했었다. 그것들을 떠올리고, 나는 실패를 시인했다. 낙선했다고 확신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책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이 글이 완결된 것으로 애초에 쓰기
시작했던 목적의 절반은 달성한 셈이기도 했다. 나는 앞으론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5월 말에 당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기쁘기보다
당혹스러웠다. 또다시 이 원고를 들여다보면서 글자들과
씨름해야 하는 퇴고의 진흙탕이 기다린다 생각하니 잠이 싹 달아났다. 원래 나는 이 글을 2년 전에 겪은 어머니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마음의 혼란을 벗어나보고자 쓰기
시작했다. 내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 이었다. 사회나 국가에 혹은 역사나 공공의 영역에 휘황찬란하게 기록될 만한 업적이나 이렇다 할 이름을 갖지 못하고, 그저 가족들을 사랑하고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평생을 보낸 뒤에, 그 어떤 사회적 상징이나 의미를 지닌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유로 돌아가셨다. 수년이 지나면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어머니를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장례식장에서부터 이미 생전의 어머니 대신에 비인간적으로 미화된 가면의 어머니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 04/08 18:05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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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월 : 대다수 사람들은 우리 어머니마냥 평범하지 않을까? 언론 매체를 들썩이게 하는 거대한 사명을 위해 내던져진 위대한 죽음,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기이하거나 끔찍한 죽음이야말로 사실은 예외다. 병으로 죽을 확률이 십중팔구라면, 연쇄살인마를 만나 죽을 확률이 집 안에서 번개 맞을 확률과 비슷한 것처럼, 어찌 생각하면 그런 예외들만을 선별해서 반복하는 온갖 픽션들이 보통 사람이 보통의 삶에서 겪는 보통의 죽음, 막대하고도 흔한 진짜 죽음, 평범한 죽음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다수는 평범한 사람이니, 평범한 죽음 또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 소설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도 썼다.
나처럼 평범하게 누구를 상실한 경험이 있는 독자가 이책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 그래서 그랬다고 말해준다면 내게는 큰 기쁨과 보람이 되겠다. 푸른 말의 해 7월에, 최지월 : 04/08 18:24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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