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해 13 날 자 : 2000 년 10 월 28 일 작성자 : GCI
이번 2000 년 대선은 정말 너무나도 박빙이라서 이제 선거일을 며칠 남겨두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득표율이 여론조사 기관마다 거의 반반씩 서로간의 우열이 엇갈릴 정도로 백중지세이다.
사실 득표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앞 글을 다 읽어 본 사람은 알테지만, 가장 중요한 주별 선거인단 예상 집계도 거의 막상막하이다.
서로간에 거의 비슷한 총 득표수나 선거인단 수가 아니라, 승리한 지역의 땅 넓이만 따져서 이기기라면 부시가 압도적이겠지. 그 넓은 서부와 남부가 다 확실한 부시의 영토로 나오는데, 고어가 확실히 앞서는 지역은 인구가 밀집한 동부의 연해주들과 서해안의 캘리포니아 주뿐이니까.
오늘 아침 TV 쇼에서 정치부 기자가 한 말,
"It's Nixon-Kennedy all over again!"
(註, 위의 말을 했던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정치부 기자는 얼마전 심장마비로 별세한 Tim Russert 였다.)
1800 년 선거는 뜸을 너무 들여 놓아서 궁금한 사람들은 이미 다 찾아보았겠지?
1800 년 미대선의 문제는 과반수를 득표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거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동시에 두 명의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Adams 는 자신의 당인 Federalist 들이나 그 지도자인 Hamilton 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치가 타입에 어울리지 않았던 그의 성격이 문제였던 거 같은데, 결국 분열된 집권당의 Adams 는 반대당의 Jefferson 에게 이기기가 어려웠다. 앞서 설명한 것 처럼, 비록 반대당 소속이었지만 당시 제도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2 등을 했던 Jefferson 이 현직 부통령이었다. 남부 Virginia 출신인 Jefferson 은 그의 부통령 후보로 북부 New York 출신의 Aaron Burr 와 함께 출마를 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당시는 선거인단들이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뽑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두 명에게만 투표를 해서 1 등이 대통령, 2 등이 부통령이 되는 방식이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부통령의 자격 요건: 35 세 이상, 태어나면서 부터 미국의 시민권자, 미국내 14 년 이상 거주, 그리고 대통령과 부통령은 반드시 다른 주에 거주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선거인단은 후보자들 중에서 반드시 출신(=거주) 지역(=주) 이 다른 두 명에게 표를 던지게 되어 있었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 Jefferson 과 Burr 가 둘 다 똑같이 과반수가 넘는 표로 동점을 이루었고 (원래 계획은 선거인단 중 한 명이 Jefferson 에게만 투표를 하고 Burr 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기로 했었는데, 실수로 Burr 에게도 투표를 하고 말았다), Adams 는 3 등으로 과반수에 미달하는 표를 얻었다. 즉, 3 등인 Adams 는 떨어졌지만, 1 등과 2 등은 구분이 없이 동률이 되었으므로 누가 과연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맡을 것인지를 정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헌법에서는 아무도 선거인단의 과반수 표를 얻지 못하면, 1~5 등까지를 대상으로 연방 하원에서 투표를 하여 과반수를 얻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하며, 이렇게 하원에서 선출된 대통령 이외의 후보자들 중 다시 원래 선거인단 투표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사람이 부통령이 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800 년 대선에서 처럼 과반수가 넘어서 동률이 되면, 그 두 사람 (각 선거인단이 두 표를 던지므로 두 사람 이상이 과반수가 될 수는 없다) 을 대상으로 연방 하원에서 투표를 하여 과반수를 얻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가 부통령이 되는 방식이 된다.
애초에 Burr 는 부통령을 하겠다고 출마를 했으므로 하원이 그 의사를 존중해서 Jefferson 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면 쉽게 일이 끝났었겠지만, 당시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Federalist 들은 Jefferson 을 몹시 싫어했으므로, 고의적으로 Burr 에게 투표를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래서 하원의 투표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은 채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되며 36 번이나 반복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때 하원에서의 과반수란 그냥 재적 의원 수의 과반수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한 하원 투표에서의 과반수는 좀 복잡한데, 그 룰을 자세히 적으면;
재적 하원 의원 중 적어도 3 분의 2 의 주에서 온 하원 의원들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투표를 시행하고, 각 주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들끼리만 투표를 하여 각 주별로 결과를 합산하고, 각 주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각 주별 승자를 결정하며, 이렇게 각 주 출신의 하원 의원 과반수에게서 선택된 각 주별 승자에게 각 주가 한 표씩을 투표하는 방식이 된다. 그 결과, 모든 주들 중 과반수 주에서 선택된 승자가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2등이 부통령이 되고.
그러므로, 그 주 출신 하원 의원이 1 명이거나 홀수인 경우는 쉽게 결판이 나겠지만, 그 주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이 2 명, 4 명 등 짝수인 경우 그 주 출신 하원 의원들끼리의 투표 결과가 동률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아무도 과반수 주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얼마나 지루하게 투표를 다시 하고 다시 했어야만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반대당인 Federalist 가 단결하여 끝까지 훼방을 하려고 했다면 끝내 결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Burr 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겠지.
결국 Burr 와 같은 New York 출신이면서 Federalist 의 이념적 지도자였던 Hamilton 이 마음을 바꾸어 Jefferson 을 지지하도록 자기 당 의원들을 설득하였는데, 그래서 마침내 Jefferson 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Burr 는 부통령이 되었다. 이 때 Hamilton 은, Jefferson 에 대해서 그가 비록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원칙과 신념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했고, Burr 에 대해서는 원칙도 신념도 없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었다. 이러한 과정 동안, Jefferson 과 Hamilton 과 Burr 는 한마디로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하게 되었고 나중에 이들의 악연은 계속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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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9-15 23: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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