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을 이을 자" (갈라디아서 3:23-29)
큰 기업체를 소유한 아버지에게 여러 명의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의 유업을 차지하기 위해서 자식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부모의 유산(유업)을 물려받는 것과 동일할 때에 이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형제란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싸우는 최초의 경쟁자들입니다. 부모의 유업이 임금의 자리일 경우에 형제들은 서로를 죽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한 형제간의 경쟁을 통해서 아이들은 남에게 인정받는 법을 배우고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별 생각 없이 자녀들을 대하지만 자녀들은 어릴 때에 경험한 부모의 태도를 평생의 상처로 안고 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평생을 반항아나 문제아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민족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해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인류가 찾은 해법은 장자상속법이었습니다. 맏아들에게 부모의 유산을 물려주고, 부모의 유업을 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자상속법은 가부장제도의 기초가 되고, 혼인에 관한 법에 영향을 미치고, 여성의 지위를 결정합니다. 아브라함의 장자는 하갈에게서 태어난 이스마엘이 아니라 사라에게서 태어난 이삭이라고 하는 사실이 좋은 예입니다. 맏아들이 되는 것은 누가 원하거나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야 합니다. 이는 곧 인간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고, 인간은 하늘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장자상속법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려는 인간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늘의 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 뜻에 순종하지도 못하는 존재입니다. 장자상속법은 맏아들 하나를 제외한 모든 형제들과 여인들을 억울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저항을 불러옵니다. 더구나 맏아들이 아버지의 유업을 이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거나, 형제들 중에서 뛰어나지도, 모범이 되지도 못할 때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형제들은 장자가 받을 복을 빼앗기 위해서 끊임없이 암투를 벌입니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던 야곱은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기 위해 형과 아버지를 속였고, 가인은 자신이 받아야 할 하나님의 인정을 빼앗아간 동생 아벨을 죽였습니다. 거대한 국가들 사이에 끼어 있었던 약소 민족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유업을 상속받을 장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몸부림쳤습니다. 인간의 것을 상속받기 위해서도 경쟁을 벌이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기 위한 경쟁은 얼마나 더 치열하겠습니까? 창조주 하나님의 상속자가 된다는 것은 세상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비록 약소민족이지만, 자신들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후손으로서 하나님의 선택받은 장자임을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장자 신분의 근거를 하나님의 약속과 하나님이 주신 율법에서 찾았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율법을 지키는 것은 선민의 자격이었고 또한 자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을 지키는 일에 진지할수록 저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언자들의 절규가 그 증거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외칩니다. 율법으로는 하나님께 인정을 받을 수 없고, 하나님의 유업을 이을 상속자가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율법에 철저했던 바울은 율법이 인간을 의롭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죄인으로 만들뿐임을 깨달았습니다. 기껏해야 율법은 스스로 죄인임을 깨달은 사람을 하나님의 은혜에 인도하는 몽학선생(Baby Sitter) 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율법에 충실하려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큰 죄인이 됩니다. 율법으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고, 하나님께 인정을 받을 수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율법을 지키는 행위에 온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 의를 자랑하려는 교만이 커져서 하나님의 진노를 살뿐입니다.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하나님의 은혜에 자기를 맡기는 것뿐이라고 사도 바울은 외칩니다.
누가 복을 받았고, 누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느냐 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일 뿐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차별 없이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장자나 차자나, 적자나 서자나, 남자나 여자나, 귀족이나 종이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부자나 빈자에게 차별이 없이 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부활하게 하시고, 이 예수를 모든 사람의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심으로, 모든 인간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입증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이 예수를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면 구원을 받습니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하나님의 유업을 이을 자가 되고, 세상의 주인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었다고,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원합니다. 6/27/10 한영숙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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